[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인데,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헐값 매입으로 2만 여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려고 한다."
임세준 대한항공노동조합 본사지부장은 11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열린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한항공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는 대한항공 노동자 5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대한항공 또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고, 그 가운데 하나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공원화를 위한 매입 계획을 밝히면서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올해 안에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일 '북촌지구단위 계획 변경안'을 공고하면서 송현동 부지에 대한 보상비로 4천671억 여 원을 제시하고, 이를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최소 5천 억 원을 확보하려고 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1조2천 억 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 까지 2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임세준 지부장은 "코로나19로 대한항공 운항 노선 90% 이상이 중단됐고 심각한 자금난으로 존폐위기에 처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금융권과 정부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부족해 회사 자산을 매각해 위기를 넘기기 위한 노력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송현동 부지 매각이 단순한 수익을 얻기 위한 매각이 아닌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이를 헐값에 매입하고, 보상비마저 내후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고 했다"면서 "자금부족은 회사에 추가적 자구책 마련을 강요할 것이고 반드시 추가자금 마련을 위한 다른 사업부 매각 등이 이어져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피눈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업부는 항공정비(MRO)와 기내식 등을 말한다. 대한항공 측은 송현동 부지 매각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이들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사업부들은 핵심 사업부이기 때문에 잃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영정상화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유휴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시점인데,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송현동 부지 매각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들은 민간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사적재산권 침해일뿐 아니라,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대영 대한항공노조 위원장은 "10년 넘게 남겨져 있는 땅을 박원순 시장 임기 말기에 갑자기 공원화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족쇄를 풀어 자유 시장 경쟁 논리에 맞게 경쟁 입찰 과정을 거쳐 합리적 가격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천900억 원에 사들여 한옥호텔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가로막혀 무산돼 20년 가까이 방치돼 있는 공터다.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 옆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로 면적은 약 3만6천642㎡다.
이에 임세준 지부장도 "온갖 규제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해놓고 도의적 책임도 없다"면서 "서울시는 행정권 남용을 멈추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 매입을 재검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통한 투쟁에 나설 것도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아무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입찰에 관심이 있었던 곳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시의 계획 발표에 사업이 안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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