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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계부채 느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대출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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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오너 일가, 악의적 임금체불…"체불임금 책임지도록 투쟁할 것"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4대 보험과 겸업금지에 걸려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고, 불법체류자들처럼 몰래몰래 돈벌이를 하는데 이젠 너무 힘들다."

"임금체불로 4대 보험도 체납돼 대출도 받지 못한다. 기존 대출도 갚지 못하게 돼 신용도가 악화할 것 같다."

"재난지원금을 마트에서만 썼는데도 다 소진됐고, 당장 회사 인근에 얻은 집 월세를 내야 하니 집에 있는 물건도 팔아 봤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1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악의적 임금체불 책임자 구속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밝힌 휴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스타항공 사측, 즉 최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이스타홀딩스 오너 일가의 노동자들에 대한 250억 원 규모의 임금체불이 악의적이었음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이들은 임금체불로 인한 생계문제 관련 현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이스타항공 노동자 전 직군 7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 수는 280명이다.

응답자 가운데 76.4%는 지난 3월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주요 증가 원인으로 생활비를 꼽은 이들이 80.3%를 차지했다. 이어 주택비가 10.7%였다. 기본적인 생활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31.4%는 적금을 깨는 것을 선택했고, 18.2%는 가족과 친척들의 도움을 얻었는데 이 과정에서 가정 내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

이어 노동자들은 오너 일가의 임금체불이 악의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맨 처음 지난해 12월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구조조정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 직원 간담회서 김유상 이스타항공 제주항공협력TFT(태스크포스팀) 총괄단장 전무는 "MOU 체결 당시 양측은 항공기 3대를 추가할 계획이었다"는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또 같은 간담회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도 "1월 26일까지만 해도 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봤다"면서 "임금을 체불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3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하면서 구조조정 계획에 합의했고 이후 노조를 배제한 근로자대표 권한위임을 가결, 현재까지 전체 노동자 1천680명 가운데 570여 명의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오너 일가와 사측은 지난해 말부터 모든 초점을 회사 지분 매각에 맞춰 놓고 움직였다"면서 "이들에게 이스타항공은 어차피 팔아넘길 회사이고 체불임금이 있더라도 인수할 회사가 떠맡아줄 것이기 때문에 국내선 운항으로 노동자 피해를 줄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작정 기재를 줄이고 구조조정에 몰두하면서 악의적으로 체불임금을 누적시키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체불임금을 떠맡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제주항공 측이 코로나19를 빌미로 인수를 지연하면서 체불임금만큼 매각대금을 깎자고 덤벼들자,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포기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금빛 기자]
[황금빛 기자]

이 과정에서 조종사노조가 지난 2월 24일 올해 3~6월 임금 25% 삭감 등의 고통분담을 먼저 제시하기도 했고, 정부가 지난 2월 19일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확대개편하면서 지원신청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 모든 것을 무시해왔다는 것 또한 노조가 오너 일가의 임금체불 악의성을 주장하는 근거다.

추경호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사무국장은 "결국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생계는 파탄에 빠지고 이유 없는 전면 운항 중단이 계속돼 이스타항공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가중되고 있는데도 오너 일가와 사측은 체불임금을 포기하지 않으면 파산할 수 있다는 협박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단일 사업장 안에서 벌어지는 체불임금 문제는 단순하다"면서 "사업장 사측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약서 내 단서 조항이 있으면 노동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 먼저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9일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의 체불임금 지급명령 시한이었지만 사측은 아무런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해당 지청은 지난 10일 사업주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체불임금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누적 인원은 550명이며, 전체 직원에 대한 2~6월 체불임금은 250억 원 규모다.

운항 재개와 관련해 현재 이스타항공은 운항증명(AOC) 효력이 일시 중지돼 갱신이 필요한데 국토교통부에서는 일단 유예한 상태다. 이스타항공 내에서 운항 재개를 위한 TFT가 구성돼 회의를 시작했지만 운항 재개를 위한 자금 지원은 제주항공에 달려 있어 인수가 마무리돼야 가능한 일이라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이상직 의원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더욱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방침이다. 앞으로 체불임금 진정 확대, 1인 시위,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서울과 이상직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전주에서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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