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데 이어 구광모 LG 회장과도 회동에 나선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 회장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완성차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기업간의 '빅텐트'가 결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방문해 LG화학 배터리 기술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오창공장은 LG화학 전지사업부의 '마더팩터리'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아직까지 이들 총수 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때와 유사한 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배터리 기술현황을 논의했다.
LG화학은 1992년부터 배터리 사업 투자를 단행해 원재료부터 배터리 완제품까지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갖췄으며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왕좌자리를 노리고 있다. 고객사로는 국내 1위 완성차 기업인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폭스바겐·아우디·다임러·르노 등이 있다.
◆정의선, 이재용 회동 이후 LG 달래기 일환?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차와 LG 총수 회동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퀀텀점프가 본격화하면서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간 합종연횡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총수간 회동은 그만큼 배터리업계에 민감한 이슈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 회동을 통해 LG화학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이로 인해 '현대차-LG화학' 전통동맹이 와해되고 '현대차-삼성SDI' 신동맹이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더욱이 현대차가 지난해 돌연 SK이노베이션을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용 배터리 공급처로 확정하면서 LG화학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 주력 전기차종에 LG화학 배터리만을 탑재하면서 수년간 밀월관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정 수석부회장이 LG화학을 방문해 '현대차-LG화학' 동맹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세계 1위' LG화학으로부터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완성차-배터리 업체간 이합집산이 계속되면서 배터리업계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이른바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일찌감치 손을 잡고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파나소닉이 지난해 테슬라 경쟁사 도요타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테슬라는 LG화학과 손잡고 결국 '테슬라-파나소닉' 동맹은 와해됐다.
◆정의선, 최태원 만날까?…양사 "정해진 바 없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SK 회장을 만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까지 현대차와 SK 측 모두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LG화학을 방문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만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을 방문해 배터리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한국 완성차-배터리 업체간 '빅텐트'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가운데 국내 업계끼리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며 EU 차원에서 배터리 산업 육성에 나섰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주도하는 '유럽배터리연합(EBA)'은 4년간 60억유로(약 7조9천억원)를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공동 개발에 돌입하고 대놓고 유럽 배터리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제1 배터리 시장인 중국도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 배터리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선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업계간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내재화 이전까지 배터리 업계간 경쟁을 강화해 원가절감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많은 완성차 업계는 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 절감을 위해 배터리 내재화에 돌입했다. 현대차도 의왕연구소를 중심으로 배터리 자체양산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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