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LG전자엔 홈런이 아니라 연속안타가 필요하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권봉석 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권 사장은 33년간의 'LG맨'으로 LG전자에 입사한 후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등을 거쳐 지주사인 (주)LG의 시너지팀장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 전략통으로 통한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지휘봉을 잡은지 반년이지만 권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되는 MC(스마트폰)사업과 VS(전장)사업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문제는 가전과 달리 두 사업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2분기에 코로나19 확산에도 가전과 TV의 기초 체력을 다시한번 입증됐지만 MC사업의 적자 축소와 VS사업의 반등이 하반기 실적의 주요 변수라고 예상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전담하는 MC사업본부가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액 12조8천340억원, 영업이익 4천3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24.4% 감소했다.
2분기에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됐지만 가전(H&A)의 국내 판매 호조, 선진국 내 온라인 매출 증가 및 프리미엄 비중 확대로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타일러·건조기·식기세척기 등 LG전자의 대표 스팀가전의 대용량 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4천억원의 벽을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TV 실적 또한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권 사장은 코로나19로 최악의 고비로 예상됐던 2분기에 선방했지만 적자사업인 MC사업과 VS사업으로 고민은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적자 규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LG전자 실적향방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선 MC사업이 2천100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업손실은 1분기(2천378억원), 전년 동기(3천13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 폭을 줄인 점은 고무적이다는 평가다. 다만 21분기 연속 적자 행진에 권 부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앞서 지난 5월 LG전자는 국내에서 매스 프리미엄폰 '벨벳'을 출시했고 해외에서 V60 씽큐와 중저가 스마트폰 K61(국내 제품명 Q61)과 K41S·51S 등을 내놨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국내외 영업에 차질을 빚었지만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 감소로 영업손실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LG전자가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ODM을 확대하면서 인건비가 줄어든 것도 영업손실 감소에 일조했다.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인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LG 스마트폰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인도 시장에 특화된 보급형 스마트폰인 W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하반기부터 6개의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LG그룹이 선택과 집중의 사업 조정 전략에 초점을 맞춰 중장기적으로 MC 부문의 사업 효율화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MC 부문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1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MC사업과 함께 VS사업도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5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18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VS사업은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방사업인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걸림돌이 됐다.
시장에선 지난 2분기 완성차 업체의 가동 중단으로 최대 2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록호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수요 급감으로 매출이 부진해 적자폭은 대폭 확대됐을 것"이라며 "다른 사업부의 선방 효과를 VS사업부가 삭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VS사업부의 적자 확대폭이 2분기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분까지 각각 20분기와 1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MC사업과 VS사업 부진 만회가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의사 결정도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권 사장은 스마트폰사업과 자동차 전장사업의 흑자전환 시점을 내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 공식적인 데뷔 무대인 'CES 2020'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바일 턴어라운드는 2021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도 그 목표에 변화가 없다"며 "전장은 현재 추정 매출과 원가율을 따져봤을 때 2021년 동시에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통으로 통하는 권 사장이 목표 달성을 위한 어떤 '변화'의 카드를 꺼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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