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뵨 하우버 부임에 맞춰 신차를 쏟아내며 측면 지원에 나선다. 검찰 수사를 피해 장기 출장을 떠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의 그림자를 빠르게 지우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벤츠코리아는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의 신형 모델 4종을 오는 17일에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공개되는 차량은 ▲A35 4매틱 세단 ▲A45 4매틱+ 해치백 ▲CLA45S 4매틱+ 쿠페 세단 ▲GT의 새로운 모델 등 총 4종이다. 벤츠는 AMG 라인업 확대를 통해 국내 고성능 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차량은 뵨 하우버 신임 사장이 부임하는 8월에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벤츠 본사는 지난 5월에 한국법인의 새로운 대표로 뵨 하우버 스웨덴 및 덴마크 사장을 임명했다. 하우버 대표의 임기는 8월 1일 시작되는 가운데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벤츠코리아를 5년 동안 이끌었던 실라키스 대표는 9월 1일자로 벤츠 캐나다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실라키스 대표는 당초 메르세데스-벤츠 USA의 영업 및 제품을 총괄할 예정이었지만 취업비자 발급 문제로 최근 캐나다로 방향을 틀었다.
하우버 대표는 한국에 부임하는 동시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만큼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부임과 동시에 신차의 판매량을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전임인 실라키스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벤츠가 BMW를 제치고 수입차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하우버 대표가 부임과 함께 신차 판매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새로운 리더십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벤츠가 하우버 대표의 부임에 맞춰 신차를 쏟아내면서 실라키스 사장의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바라본다.
환경부는 지난 5월 6일 벤츠가 판매한 디젤차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같은 달 27~28일 벤츠코리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에 한국을 떠나 독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는 "출장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도피 행각'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디젤 게이트' 사태 때도 당시 아우디폭스바겐 한국 법인을 총괄했던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이 한국을 떠나면서 형사처벌을 피한 사례가 있다.
실라키스 사장의 한국 대표 임기는 이달 말까지지만 그대로 독일에 머물다가 새로운 행선지인 캐나다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임기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벤츠는 실라키스 사장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하우버 대표의 부임과 함께 공격적인 신차 출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우버 대표에게는 실라키스 사장이 남기고 간 배출가스 조작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도 숙제다.
하우버 사장은 스웨덴 및 덴마크 근무 기간 동안 메르세데스-벤츠 친환경 차량 전략을 수립하면서, 친환경 차량 확대 성과에 공헌한 부분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친환경 차량 판매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신차 출시는 연초에 일정을 발표했고,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사장 부임이나 실라키스 사장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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