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높은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투자 여력 상실, 소비자 요금 상승, 나아가 디지털 뉴딜핵심인 5세대 통신(5G) 구축 지연으로 이어져 ICT 부문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정부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대해 이통 3사의 현실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매로 할당됐던 LTE 주파수의 경우 이미 가치가 이전의 40% 밑으로 떨어졌고, 경매가 산정 기준인 이통사 매출 역시 급락했다는 것. 기존 산정 방식 변경을 요구하면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1조5천억원대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디지털 뉴딜 핵심인 5G 투자 여력 확보 등 차원에서도 정부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쓰던 주파수 사용기간을 무상 연장해 주거나 투자 등을 조건으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정부 세수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를 줄이는 데 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 업계 현실화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 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3월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해 업체의 과도한 부담금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한데 이어 주파수 재할당 산정 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통 3사는 현재 이용 중인 2G, 3G, LTE 주파수 410㎒ 폭 중 320㎒ 폭의 사용기간 만료로 2021년 6월과 12월에 재할당받아야 한다. 이는 3사가 사용 중인 주파수의 78%에 달하는 규모. 현행법상 이 같은 재할당으로 과기정통부에 내야 할 대가는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통 3사는 주파수 재할당을 위한 대가 산정과 관련 ▲예상 매출액 과다산정 ▲과거 낙찰가 적용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정부의 이동통신 매출 성장률 예측이 현실과 달라 할당대가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주파수 경매 이후 이동통신 매출 성장률을 4.6%, 2018년 이후 2.6%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이통 3사는 2016년 이후 2% 역성장한데 이어 2018년 이후에도 -1.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등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매출 하락에 따른 주파수 비용 부담률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 OECD 주요국 평균 4.66% 보다 높은 8.1% 수준에 달하고 있다.
권휴곤 KT 무선정책팀장은 "현실과 다른 매출 예측으로 할당대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업자는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4%대 성장을 예측하고 있고, 특히 사업매출의 8%를 대가로 부담하는 것은 타 산업에서도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낙찰가 기준으로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전파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주파수할당 대가 산정기준은 ▲예상 매출액 기준 할당대가(이통신 3사 예상 매출액 합계×해당 시장 특성을 고려한 고시율×무선투자 촉진계수×주파수 할당률 )와 ▲실제 매출액 기준 할당 대가(사업자별 연간 실제 매출액×해당 시장 특성을 고려한 고시율)다.
특히 시행령은 해당 주파수가 경매로 할당된 바 있는 경우 과거 경매 낙찰 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과거 경쟁을 통해 올라간 경매가를 기준으로 유사 규모의 재할당 대가가 산정된다.
그러나 이통 3사는 5G 상용화 후 경제적 가치가 달라진 3G와 4G 등 이전 세대 주파수 재할당에 도입 초기 주파수 경매 가격을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재할당 주파수의 현재가치는 LTE 경쟁 초기와 현저히 달라, ㎒당 매출 기여도의 경우 LTE 상용화 초기인 2012년 856억원에서 지난해 327억원으로 이전대비 40%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재할당 대가 산정을 앞두고 예상 매출액,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토록 한 규정(전파법 별표3)을 반영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파법 별표3에는 할당 된바 있는 주파수 할당 대가 고려사항으로 ▲동일하거나 유사 용도의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 대가 ▲할당대가 주파수의 특성 및 대역폭 ▲주파수의 이용기간·용도 및 기술방식 ▲할당대상 주파수의 수요전망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필요다하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권휴곤 KT 무선정책팀장은 "이통 3사는 재할당 대가를 완화해달라는 게 아닌, 관련 규정에 따른 '별표3'으로 산정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과거 낙찰가만으로 산정하는 것은 전파법의 할당대가 산정 취지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5G 상용화 이후에도 이동통신 시장 매출정체 상황을 고려해 예상매출액 산정을 현실화 하고 재할당은 기존 이용자 보호, 안정적인 서비스 등이 목적이므로 과거 낙찰가를 반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매출성장률은 3% 이하를 적용하고, 매출액 대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인 5.1%로 하향하는 등 현실적인 대가 산정이 필요하다는 한다는 얘기다.
◆디지털 뉴딜 핵심 5G 투자 여력 약화 …인터넷기업과 불평등도 호소
이통 3사는 과도한 주파수 재할당 가격 부담으로 5G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통 3사에 따르면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관련 투자 규모는 8조원 수준. 이 탓에 부채율이 급격히 증가했으나, LTE 상용화 때와 달리 5G는 유의미한 실적 개선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영풍 LG유플러스 정책협력팀장은 "5G 주파수는 고 대역 전파 특성상 커버리지가 LTE 대비 현저히 떨어지고, 일체형 기지국 장비 구성으로 투자비는 이론상 3배 이상 소요된다"며 "5G 상용화 후 이용자 5G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네트워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지만, 이는 부채 증가로 이어져 5G 투자를 위한 재원은 점차 고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통 3사는 높은 주파수 대가는 통신사업자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이용자 요금 상승과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풍 팀장은 "재할당 대가마저 높게 산정된다면 5G 투자 여력 상실, 소비자 요금 상승, 이용자 편익 저해 및 나아가 디지털 뉴딜 핵심인 5G 구축 지연으로 이어져 ICT 부문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의 경우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 및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희규 SK텔레콤 정책개발실 기술정책팀장은 "미국과 일본은 재할당 부담 없이 5G 투자를 지원하고 있고, 호주는 주파수 대역별 낮은 수준의 재할당 단가를 산정하고 있다"며 "특히 프랑스는 재할당을 단순히 대가 확보가 아닌 망 구축 투자 등 본질적인 이용자 혜택으로 선순환되도록 정책적 지원 방향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통 3사의 시가 총액은 지난 1999년 154조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28조 수준"이라며 "이 정도면 시가총액 49조인 네이버와 31조인 카카오가 이통 3사를 다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통 3사는 몇조 원대 주파수 할당 대가, R&D 기금을 내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은 그런 기금을 내지 않는다"며 "저희가 R&D 부담은 다 지면서 실질적으로 R&D 수혜는 이런 기업들이 다 받고 있는데, 이것은 좀 모순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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