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CMB가 8VSB(8-Vestigial Side Band) 인프라를 이용한 OTT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상용화한다.
아날로그 시청자에게 디지털 혜택을 전달했던 8VSB가 OTT로의 접근성까지 확보하게 된 것. 이에 따라 인터넷 연결 등 복잡했던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농어촌 어르신부터 취약계층에 이르기까지 보다 많은 시청자가 다양한 콘텐츠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CMB는 8VSB를 서비스하는 유선 케이블 인프라를 이용해 OTT까지 접근 가능한 기술을 연말 검증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VSB는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중 하나로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들도 별도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화질도 HD로 향상된다. 지난 2014년 케이블TV 사업자의 8VSB 변조 방식이 허용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값 비싼 양방향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어려운 방송 시청자들을 위한 정부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쓰이기도 했다. 8VSB 월 비용은 1만원도 채 되지 않으며, 단체계약을 맺은 공동주택의 경우 2천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을만큼 보편적 접근성이 높다.
다만, 8VSB는 변조방식의 단방향 서비스로 실시간 채널만 볼 수 있을뿐 디지털과 마찬가지로 주문형 비디오(VOD)나 데이터 방송 등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볼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를 두고 디지털과 비슷한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 인터넷 대신 8VSB 케이블 연결 하나만으로 '실시간채널+넷플릭스'
CMB는 2014년 9월 국내 최초로 8VSB를 도입한 바 있다. 2016년말 100%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첫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8VSB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현재 CMB가 갖춘 8VSB 서비스로도 OTT 구현은 가능하다. 다만, 별도의 VOD박스가 필요하다. VOD 박스는 현재 케이블TV의 홈초이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시장에 출시된 OTT 동글과 비슷한 원리여서 원한다면 웨이브와 시즌, 넷플릭스 등을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통해 도입할 수 있다. 실제로 CMB는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캐시서버를 설치해 언제든지 도입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해놓고 있다.
연말에 검증완료되는 기술은 한발 더 나아가 VOD 박스 없이도 8VSB가 지원되는 케이블 선 하나 만으로 OTT를 지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CMB는 ETRI와 함께 '8VSB 채널형 VOD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는 셋톱박스 등을 가입자 가정에 설치해 한 가입자당 1대1 매칭시키는 구조였다면 8VSB 채널형 VOD 서비스는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의 MDF(Main Distributing)실에 8VSB 컨버터(가칭)를 공동설치하는 방식이다.
즉, 시청자 입장에서는 각 가정에 연결된 기존 8VSB 케이블을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된다.
'채널형'은 말 그대로 기존에는 외부입력을 바꾸거나 OTT 앱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채널만 바꾸더라도 곧장 OTT 메인화면에 접근할 수 있다. 복잡한 조작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이나 취약계층도 채널 변경만으로 다수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CMB 관계자는 "8VSB 채널형 VOD 서비스는 ETRI와 함께 연구 개발 중으로 연말이면 기술검증이 끝날 것"이라며, "현재 스마트폰이나 리모컨 등을 이용해 8VSB 컨버터와의 다양한 연결방식으로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VSB 신호를 송출하는 동축케이블의 유휴대역을 통해 넷플릭스의 원활한 시청이 가능함이 확인됐다"며, "최근 OTT 서비스의 압축률이 높아 소구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 OTT 보편적 시청권 보장 나서는 8VSB
8VSB의 가장 큰 강점은 아날로그와 비슷한 저렴한 가격으로도 디지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채널을 HD 화질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일반 시청자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의 어르신이나 취약계층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준다. 정부 역시 디지털 전환기에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8VSB 적용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저렴한 실시간 방송에 양방향인 OTT까지 추가되면서 보다 다양한 시청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8VSB의 OTT 확장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업자 입장에서도 그간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계층까지도 포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OTT가 더 이상 디지털에 익숙한 시청자들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게 된 것. 시청 대상에 따른 콘텐츠의 다양성까지 확보 가능하게 됐다.
결합에 따른 확장 역시 강점이다. 저가형 실시간 채널 이외에 자체적인 OTT 서비스를 결합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으며, 초고속 인터넷과의 결합 역시도 고려해볼 수 있다. 완전한 디지털 전환이 부담되는 시청자의 경우 고려 가능한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8VSB 가입자는 2017년 기준 518만명 수준으로 전체 케이블TV 가입자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케이블TV 시장은 인수합병(M&A) 등 바람 속 디지털 전환이 꾸준히 이뤄지고는 있으나 그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8VSB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8VSB에 대한 재송신료 등이 제외되거나 낮춰질 수 있다는 점 역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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