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는 정부·여당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사실상의 전폭적 정책 지원에 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와 인터넷 포털에 대해서는 공적책무 부여를 위한 각종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서비스는 방송 및 광고 등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정부여이 방송통신 분야에서 특정 사업자에는 지원책을, 디지털 뉴딜 전략 핵심이기도 한 신규서비스나 산업에는 규제 일변도의 목소리를 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0일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현안을 검증했다. 한상혁 위원장이 재연임 형태여서 이날 청문회는 사실상 방통위 규제 방향 및 정책 등을 확인하는 성격이 컸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는 지상파방송사 매출 하락에 따른 지원책 마련, OTT에 대한 공적책임 부여, 포털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견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쟁점인 콘텐츠대가산정 기준 마련이나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문제 등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상파 방송 지원책 마련 등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졌고, 한 위원장이 화답하는 형태가 됐다.
이날 한상혁 위원장은 "미디어시장은 OTT를 비롯한 인터넷 기반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디어의 공적 가치는 약화되고 기존 방송통신 산업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해 미디어 제도 전반의 개혁방안을 마련 및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방송통신의 공공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미디어 제도를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여당 수신료 인상·중간광고 허용 등 지상파 지원 '한 목소리'
특히 매출하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방송사 지원책 마련에 정부와 여당이 대책 마련 등 의지를 확인했다.
지상파 방송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날로 직접 수신율이 떨어지는 상황. 채널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공적기능 등을 감안 정부 지원을 통해 미디어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공적 재원 배분 구조를 수립해 지상파 생존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상파를 더 이상 전송방식에 따른 방송 역할 분류가 아니라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 의원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상파와 종편PP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고, 지상파 직수율은 불과 2.6%밖에 되지 않는다"며, "비대칭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상당한 비용부담을 유발시키는 지상파를 유지시켜야 하는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다 근본적 대책으로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뿐만 아니라 공적 자원배분 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 의원은 "40년간 동결됐던 KBS 수신로 인상을 통해 방송광고가 SO나 PP 등으로 내려가는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간광고 신설 등, 머뭇거렷던 이슈를 꺼내고 산업계 전체 토론 등을 통해 새로운 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지상파의 어려움은) 예고된 문제로 (종합적 검토마련에) 노력하겠다"며, "광고를 비롯한 몇개의 규제를 풀어도 힘든 상황으로 근본적인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갈등 양상이 두드러지는 콘텐츠대가산정에 대한 지적도 따랐다. 지상파는 IPTV뿐만 아니라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재송신료 인상 계약을 체결 중이다. CJ ENM 등 대형 PP 역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유료방송사에 요구하고 있다.
홈쇼핑PP는 자체적으로 인하된 사용료를 임의적으로 지불하기도 하며, 종편PP는 유료방송사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밀고 있는 실정이다.
우상호 의원은 "매체간 콘텐츠를 주고 받을 때 수익을 어떤 기준으로 할 지 기준이 있었다면 이런 식의 싸움이 계속 진행 됐을까 한다"며, "방통위가 아닌 법원 결론을 따라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서로 합리적으로 내고, 따르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급격하게 광고수익 등이 줄고 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영향력 커지는 포털·OTT에는 '규제'…"공적책임 부여 필요"
반면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은 포털과 OTT 사업자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영향력 및 지배력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공책책임 부여, 규제 등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변재일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등 법령 체계가 통신 제공자와 이용자 금지행위 규제 등에 집중한 상황에서 통신사들 네트워크에 인터넷 포털 사업자가 올라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신사업 체계로 (산업이) 바뀌었으나 현행 법령은 여전히 과거에 있다"며 "강력한 힘과 시장 지배력을 지닌 포털에 대한 규제, 책무, 포털의 공공성 확보 등이 논의돼야 하지만 그 노력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위원장은 "글로벌 기업 진출 등으로도 통신영역은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해외 CP의 공적 보호 관련 법 개정에 따른 신속한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의원 지적에도 관련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OTT의 경우는 일반 방송과 같은 서비스로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OTT 규제와 관련 산업 활성화 내지 공적책무 부과를 통한 규제 강화 관련 방통위의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며 거버넌스 재정립을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OTT 규제는 필요 최소화 하는 방향이 맞지만 (여타 유료방송과 같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역시 지켜져야 한다"며, "그런 기준을 가지고 살펴볼 생각"이라며 관리감독에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국내 OTT가 협력해 콘텐츠 공동 투자 의향이 있는만큼 대규모 자본을 쏟아내는 해외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거버넌스 재정립과 관련해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큰 틀과 긴 관점에서 거버넌스를 통합하는게 필요하다"며, "하지만 당장 현안에 있어 유관부처와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고, 실제로 그러한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답했다.
더 나아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적용을 통한 OTT의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OTT 방발기금 징수와 관련해 "해외에서도 OTT 세금 부과 사례가 있다"며, "통계학상으로 직접 수신율 자체가 2.6%인 지상파는 직수율 자체가 안잡힌다고 봐야 하고 퍼스트 윈도 역시 OTT로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OTT 개념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 역시 "전체적인 방송 미디어 규제 방향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방발기금 징수 역시 유사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OTT도 그 대상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단통법 관련 대안으로 20대 국회서 자동폐기된 완전자급제와 분리공시제도 도입 필요성도 거론됐다.
한 위원장은 "합리적 차별 얘기도 나오지만 건전한 경쟁을 통해 이용요금이나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한 새로운 제도와 설계 필요하다"라며, "단통법이 몇가지 장점도 있고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소한다는데 기여하기도 했으나 경쟁을 제한해서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데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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