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5년 동안 이끌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퇴임식도 없이 한국을 떠났다. 검찰이 벤츠의 불법 배출가스 조작 논란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도피 행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라키스 사장은 지난 5월 독일 본사로 돌아가 아직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벤츠코리아 측은 '출장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임기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퇴임식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라키스 사장은 2015년 9월 1일자로 한국에 부임했다. 당시 국내 수입차 시장은 BMW가 10년 넘게 독주를 이어갔고, 벤츠는 2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 벤츠가 수입차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입차 판매 1위는 물론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을 제치고 내수 판매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수입차 브랜드의 연간 판매 실적이 국내 완성차 업체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올해도 벤츠코리아는 상반기에만 3만6천368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 성장했다.
벤츠코리아의 고속성장은 실라키스 사장이 이끌었다는 평가다. 실라키스 사장은 1992년에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에서 근무를 시작해 승용·상용 부문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28년간 국제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해왔다.
국내에서도 수입차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서비스 품질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벤츠에 대한 신뢰도를 쌓는데 주력했다. 또한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린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한 것도 실라키스 사장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실라키스 사장이 메르세데스-벤츠 USA의 영업 및 제품을 총괄로 임명된 것도 한국 시장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은 벤츠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한 곳이다. 다만 미국에서 취업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캐나다로 방향을 틀었다. 실라키스 사장은 9월 1일자로 벤츠 캐나다 대표로 부임한다.
한국에서 눈부신 성과를 자랑했던 실라키스 사장이 쫓기듯 한국을 떠난 것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특히 그가 한국에서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성 출장을 떠났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환경부는 지난 5월 6일 벤츠가 판매한 디젤차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같은 달 27~28일 벤츠코리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실라키스 사장은 이미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실라키스 사장의 뒤를 잇게 된 뵨 하우버 사장은 배출가스 불법 조작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실라키스 사장이 후임자에게 숙제를 남기고 떠난 셈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실라키스 사장의 출장은 검찰 수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검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앞으로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뵨 하우버 사장은 1996년 다임러 그룹에 입사해 독일, 동남아시아 등에서 제품 전략, 네트워크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이후 2007년 중국의 메르세데스-벤츠 승용부문 세일즈 마케팅 업무를 시작으로 지난 2013년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밴 부문의 대표를 역임했다. 2016년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 및 덴마크의 사장으로 부임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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