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건물주는 건물 문을 굳게 닫았고 세입자에게는 월세만 내라고 한다."
한국공항공사측 사정에 의해 면세점 문을 닫았지만 책임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 되어버린 면세업계의 역설적인 상황을 대변한 말이다.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 임대료를 매출연동제로 변경 혹은 전액 면제해주는 조치가 타당하다고 업계는 울분을 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면세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다. 면세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해마다 가파른 매출 경신을 보였다. 지난해엔 약 25조원 규모를 기록하며 글로벌 면세시장 1위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고사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초 코로나19의 확산은 어느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길을 걷게 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국가 간 하늘길은 봉쇄됐고 해외여행 준비에 한창이던 내국인은 물론, 새벽부터 면세점 앞에서 줄을 서던 중국 '다이궁(代工)'의 발길 또한 끊겼다.
실제로 '아시아의 허브'라고도 불리는 인천국제공항의 이용객은 95% 이상 감소했다. 급기야 규모가 비교적 작은 김포와 김해, 대구 등 지방국제공항의 항공편과 이용객은 '제로(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4월 6일 국토교통부는 한국에 출입하는 모든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해 운영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국내 각 지방 거점 곳곳에 있는 국제공항이 '셧-다운(Shut-down)'된 것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김포와 김해, 제주 등 지방 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은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기약 없는 휴업 상태이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 측은 휴업 중인 면세점 측에 임대료를 그대로 지불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포와 김해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은 공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문을 닫아 매출이 제로인 상태이지만 수십억 원을 온전히 비용으로 그대로 내야 할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판관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의 대폭 감면이 있어야 사업을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1일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항상업시설들을 지원하는 대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면세점은 ‘20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임대료를 50% 감면받고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기존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의 월 임대료는 27억원, 김해공항점은 38억원 규모이고, 50% 감면을 적용하더라도 임대료 총합은 30억원 이상이다. 이마저도 납부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부터 기존 임대료 전액을 지불해야 할 실정이다.
무기한 휴직에 들어간 롯데면세점 입장에선 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언제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관광유통산업은 경험과 노하우, 업력과 국내외 네트워크 등이 필요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한번 쓰러지면 복구하는 데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고 관광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기회 손실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글로벌 주요 공항들이 자국 관광산업의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료를 전액 감면해주거나 임대료 산정 방식을 현재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변경해주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국제선이 제한적으로나마 운영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보다 한국공항공사가 더 많은 감면 조치를 시행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최근 3개월 간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전년대비 77.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임대료 감면 방침에 따라 대중견기업에게 50%의 감면을 시행하고 있다.
공항내 입점해 있는 모든 상업시설의 무기한 휴업에도 한국공항공사는 업체들에 임차료를 그대로 지불하라는 정책만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 원하는 추가적인 대책 호소에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설립과 존립 목적으로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뒷짐만 보다는 지금이라도 업계의 귀를 기울여 '뜨거운 감자'가 된 이번 임대료 논란에 건물주인 만큼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동반성장 전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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