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와 바이오를 앞세워 '초격차'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2분기에도 8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 시장 경쟁 심화, 검찰의 움직임 등에 따른 대내외적 이슈로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꼽은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 투자에 최근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해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큰 격차를 벌이겠다는 의도에서다.
이의 일환으로 이 부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인천 송도에 4번째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투자 규모는 1조7천400억 원으로,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매출이 7천16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매출의 2배 이상을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장 규모는 상암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1.5배 가량이다. 이곳에는 바이오의약품을 배양하는 바이오리액터가 총 3기 배치되며, 각 리액터의 크기는 1만5천 리터, 1만 리터, 2천 리터 규모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4공장 건설 인력에 6천400여 명을 고용하고, 가동 생산인력에 1천800여 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최근 회사의 신용등급이 높고 부채비율이 낮아 저금리로 2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 확대를 통해 앞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며 한 때 골칫덩이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굵직한 위탁 계약을 성사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실적 상승 기대감까지 더해져 시가총액 기준 5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통한 반도체 부문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반도체에만 14조7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 총 시설투자액이 17조1천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반도체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또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르면 다음달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의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인 'P3' 공장을 착공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평택시로부터 1차로 P3 공장의 1층 건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현재 기초 토목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9~10월쯤에는 P3 공장 전체에 대한 경관심의와 최종 건축허가를 받은 뒤 건물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P3 라인은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에 짓기로 한 6개 생산 라인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최종 건축허가 면적은 70만㎡로, 반도체 생산 라인 2개 층과 사무실 등 부속동 5개 층을 합친 규모로 예상된다. 통상 반도체 공장 건설과 설비 반입, 생산까지 3~4년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P3 라인이 양산에 들어가는 시점은 오는 2023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공장 신설 투자액이 P1 투자 규모였던 30조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 5~6월에도 평택캠퍼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 투자를 위해 20조 원 가량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만 합쳐도 50조 원이 넘는다.
이 같은 행보는 이 부회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강조했던 말들과 일맥상통한 행보다. 이 부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위기 뒤에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강조하며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라며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8년 8월에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3년간 180조 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채용할 것이란 계획을 뜻한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투자도 이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투자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최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쇼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경영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검찰까지 이 부회장을 옥죄고 있어서다. 검찰은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수사위 판단에도 한 달째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시라도 '초격차' 전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이 부회장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년간 경영 공백을 경험했던 이 부회장 입장에선 대내외적 압박이 커진 만큼 과감한 의사 결정을 위해 다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정은 이 부회장이 오너여서 가능한 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했던 점을 검찰도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도체와 바이오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이 부회장이 재판으로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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