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추가 제재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치는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재는 사실상 화웨이의 손발을 모두 묶은 것으로, 압박 수위를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화웨이가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로 개발, 생산한 반도체를 사는 것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화웨이는 미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해 반도체를 공급받아왔다. 지난해 5월 미국의 1차 제재로 인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는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경우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 수 있었다.
2차 제재안에는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미국 기술이 사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사실상 TSMC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설계한 반도체 도면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맡겨왔다. 그러나 제재 이후 TSMC는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발표했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우리나라 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화웨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구매액 3위에 올라 있는 '큰 손'으로, 반도체 업체들은 고객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로, 애플(361억 달러), 삼성전자(334억 달러)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 11.4%에 달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에 미국 기술이 없는 반도체는 존재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이제 어떤 업체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최상위권 고객군에 포함돼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체들은 화웨이 제재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인 타격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미치게 될 영향보다는 중국의 자국화에 대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단기적으로는 화웨이를 상대로 한 우리 기업의 반도체 관련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조치가 화웨이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첨단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오히려 중국은 이번 경험을 통해 첨단 반도체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의 패널 수요 감소를 감안할 때 패널 공급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돼 OLED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화웨이는 애플에 이어 저온폴리실리콘(LTPS) 패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화웨이의 수요 감소로 LTPS 패널 공급업체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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