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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용 기소] 삼성, 경영시계 다시 제로…대규모 투자 제동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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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의혹 수사 '기소' 결론에 기민한 대응 불가능…미래 먹거리 확보 차질 우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제로 상태에 놓였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 분쟁 격화,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위기 상태에 빠지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에선 이번 일로 삼성이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을 견제하는 해외 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검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많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실제로 지난달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 간 210억 달러 규모의 대형 M&A가 성사됐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RM의 지분 인수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가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를 ARM에 의존하고 있어 엔디비아가 이곳을 인수하게 되면 삼성 입장에선 악재 요인이 된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22조 원을 들여 삼성전자보다 먼저 2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위협 요소다. 이를 통해 TSMC 측은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격차를 더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2나노 로드맵을 발표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나노 수가 작을수록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아져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평택사업장에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이 라인은 5나노·4나노 제품이어서 2나노 제품 양산을 위해선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이날 경영권 승계 문제로 기소되면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삼성의 대규모 투자도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10조 원 규모의 EUV 파운드리 생산시설 구축, 8조 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번 일로 실제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이번 기소로 앞으로 삼성은 최장 5년간 재판에 매달려야 할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재판 출석과 준비에 몰두하다 보면 투자 및 M&A 결정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어려워질 듯 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불안감은 삼성 내부에서도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검찰의 최종 처분을 앞둔 상황에서도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를 키워드로 올 상반기 동안 현장 경영에 적극 나섰다. 자신의 부재 가능성을 포함한 복합적인 경영 위기 상황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임직원들에게도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며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강조하며 위기 극복에 힘써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에 사업 자원을 집중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으로는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 역할은 리더(이재용 부회장)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3년 전 경영공백을 뼈저리게 학습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2018년 2월 석방될 때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 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형 M&A가 뚝 끊겼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맏형인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가 경제에 대한 위기감도 덩달아 커졌다"며 "이번 일은 검찰이 국가 경제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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