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순조롭게 고객사를 확대하며 TSMC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TSMC는 기술 초격차로 압도적인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잇단 고객사 확보로 파운드리 부문 실적 개선에 청신호를 켰다.
엔비디아는 최근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30'을 삼성전자의 8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TSMC에 물량을 맡겨왔는데,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파워10' 수주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퀄컴의 차세대 5G 모뎀 칩 'X60' 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확대한 만큼 TSMC를 제치고 인텔과 AMD 등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텔, AMD와 수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수주는 파운드리 실적 개선 효과와 빅 칩 대량 양산 레퍼런스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파운드리 업계가 TSMC, 삼성전자 2강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스마트폰 중심에서 HPC(고성능컴퓨팅)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양산을 계기로 AMD와 인텔 수주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017~2019년 11조 원 수준에 그쳤으나 3분기 엔비디아, 4분기 퀄컴 양산을 계기로 올해 15조 원, 내년 20조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시각도 많다.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반면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다르다.
TSMC가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한다는 점은 고객사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팹리스 업체 입장에서는 종합반도체기업에 위탁 생산을 맡기며 기술력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TSMC가 30여 년간 고객사와 쌓아온 신뢰가 견고하다는 점도 무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탓에 TSMC가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TSMC 53.9%, 삼성전자 17.4%로 예상했다. 점유율 격차는 36.5%포인트로 전 분기(32.7%포인트)보다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TSMC는 초미세 공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최근 2나노 반도체 공정 개발과 생산을 공식화했다. TSMC는 본사가 위치한 대만 신주 인근에 있는 신주과학원구에 약 20조 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2나노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가 TSMC를 바짝 추격하기 위해 추가 투자와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TSMC가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초격차를 지키려는 모습"이라며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TSMC가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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