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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심상찮다] 수술대 오른 유통법 개정안…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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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규제 일몰기간 5년 늘리고 추가 규제까지…"차라리 전통시장 이용 강제해라"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줄줄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줄줄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정부·여당이 대형 유통업체 옥죄기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기존 규제의 유효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점포를 출점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업계는 총 11개에 달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규모 유통점포에 대한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의 반경 1km 이내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구역에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개설이 규제된다. 또 의무휴업일 및 영업시간 제한도 포함돼 있다.

이 규제들은 오는 11월 23일 효력 상실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규제는 5년 더 연장된다. 아직 본회의 통과가 남아있지만 현재 거대 여당 중심의 국회 의석 구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더 강한 강도의 규제들이 줄줄이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 11개의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중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무휴업일 온라인 판매 허용' 관련 법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법안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성돼 있다.

이들 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적용돼 온 의무휴업일은 복합쇼핑몰까지 확대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타필드', '롯데몰' 등 점포와 아울렛들도 대형마트와 같이 2주에 1회 주말 휴점을 단행해야 한다. 또 상권평가 영향 대상 업종 확대, 점포 등록 허가제 등 입지 규제도 더욱 강화된다. 특히 1km였던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은 20km로 20배 늘어나게 된다.

여당은 이 같은 '유통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망원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쇼핑몰에 대해 의무휴업일을 도입하는 것을 서둘러 처리하겠다"며 법안 처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망원시장을 방문해 유통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망원시장을 방문해 유통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업계는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대형 유통업계를 '악'으로 규정짓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커머스 중심으로 유통업계가 재편되며 더 이상 대형 오프라인 유통점포의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규제 강화 법안이 통과되면 결국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업계가 아무리 의견을 제시하고 반대하더라도 묵살로 일관하는 여당의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대의명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금 탄력적인 방식으로 규제를 적용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지만 단 하나도 반영된 게 없다"며 "대형 유통업체는 나름의 방식으로 국가 경제에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여당의 행태는 이들을 '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럴 거면 전통시장 쇼핑을 법으로 규제하면 어떻겠는가"라며 되물었다.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를 아무리 규제하더라도 전통시장 이용이 늘어나는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이어졌다. 대형 유통업체의 주력 소비자층 대부분은 이커머스에 익숙한 만큼, 점포의 문을 닫으면 이커머스를 이용할 뿐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이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유통법 개정안이 표만을 노린 실속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여당이 개최한 소상공인 간담회.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유통법 개정안이 표만을 노린 실속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여당이 개최한 소상공인 간담회. [사진=아이뉴스24 DB]

또 유통법 개정안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눈에 띄는 사업 형태인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에 대한 규제는 이어가면서 이커머스, 식자재마트 등 '신흥 업태'에 대한 규제 내용은 거의 담겨 있지 않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을 아무리 옥죄어 봐야 이들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향할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소비자의 이커머스 쏠림 현상만을 가속화시킬 것이고, 결국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계가 피해를 입는 것 외 긍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에 대한 규제는 약한 부분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통시장 자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에 책임을 돌려 이들만 규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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