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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라이벌 삼성 vs SK ②] 美中 무역갈등發 반도체 시장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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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대체할 수요처 확보 경쟁 불가피…메모리 시장 '삼분지계'도 위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를 이어왔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과점 체제가 굳어진 탓이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제로 삼성과 SK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5%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0.1%의 점유율로 2위다. 미국 마이크론은 21.0%로 3위다. 3사 합계 점유율이 95%에 육박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십개 업체들이 치킨게임을 거듭한 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만 살아남으며 과점 체제가 만들어졌다. 기술장벽이 높은 시장인 만큼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도 쉽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치열한 경쟁도 불필요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화웨이 제제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부터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화웨이는 연간 10조원 규모의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7조원, SK하이닉스가 3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3분기까지는 미국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 재고를 비축하려는 화웨이 물량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4분기부터 이 같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화웨이의 재고 확보량은 최소 6개월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모바일 D램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화웨이를 대신해 주문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서버 D램의 경우 화웨이를 대신할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4분기 서버 D램의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과 SK가 화웨이를 대신할 수요처 확보에 나서는 과정에서 생존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아직까지는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를 비롯해 일부 업체에만 미치고 있지만 범위가 확대될 경우 삼성과 SK도 추격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과 SK의 경쟁관계가 더욱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 이천 연구개발동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연구개발동 [SK하이닉스]

미국의 화웨이 제제에 따라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형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아직까지는 삼성과 SK의 초격차 전략이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잠재력에서 키워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 SK, 마이크론의 삼분지계가 깨지는 순간 반도체 업계는 무한 경쟁 시대로 내몰리게 된다.

한편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를 선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대 20% 수준의 점유율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50%대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대만 TSMC와는 다소 격차가 있다.

SK하이닉스도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투자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는 것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현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면서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삼성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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