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앞으로 입점업체와 계약할 때 계약서에 상품 노출 방식과 손해 분담 기준까지 필수 기재해야 한다. 또 온라인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분쟁조정협의회도 설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11월 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8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디지털경제 전환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거래규모가 급성장하면서 불공정거래도 증가했으나, 기존 정책 수단으론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온라인플랫폼은 중개사업자로서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공정거래법에는 이들 사업자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부재해 플랫폼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법안 마련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법안은 온라인플랫폼 중 ▲중개서비스 계약관계 ▲규모 요건 ▲역외 적용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우선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입점업체와 소비자간 상품·용역 거래의 개시를 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 직전사업년도 기준 수수료 수입(매출액)과 상품·용역 판매가액 합계액(중개거래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 공정위는 시행령을 제정할 때 매출액은 100억원, 중개거래금액은 1천억원 이내에서 일정 금액을 기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역외적용 조항도 마련했다. 플랫폼 거래는 국경 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플랫폼 사업자의 소재지 및 설립 시 준거 법률에 관계없이 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강화…"거래 투명성·공정성 제고"
공정위는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정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필수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계약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 시 사전통지 의무를 부과한다. 또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금지' 조항을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해 적용한다.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에는 입점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와 수수료 내용 뿐 아니라 ▲판매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분담 기준 ▲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방식 및 노출 순서 결정 기준 ▲입점업체의 재화와 플랫폼사가 판매하는 재화 등을 다르게 취급하는 지 여부 및 내용 ▲플랫폼에서 생성된 정보를 입점업체가 제공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도 포함됐다.
사전통지 의무도 강화됐다. 플랫폼 사업자가 계약내용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제한‧중지‧해지하는 경우 사전 통지하도록 했다. 플랫폼 사업자는 계약내용 변경 시 최소 15일 이전에 사전 통지해야 한다. 서비스 일부 제한 및 중지 땐 최소 7일, 종료(계약해지)는 최소 30일 이전에 그 내용과 이유를 사전 통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변경된 계약 내용은 효력이 사라지며, 서비스 제한·중지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더불어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금지 조항(제23조①4호)을 플랫폼 산업 특성에 맞게 구체화해 적용한다.
우선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거래상지위 인정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도입했다. 또 ▲구입강제 행위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 ▲부당한 손해 전가행위 ▲불이익 제공행위 ▲경영간섭행위 등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를 온라인플랫폼 특성에 맞춰 도입하고 세부유형을 시행령에서 제시하도록 했다.
플랫폼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및 경쟁제한성 불공정거래행위(거래거절·배타조건부거래행위·차별적취급 등), 일정규모 이하의 플랫폼사업자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혁신을 막지 않도록 과징금을 강화하되, 형벌 도입은 최소화하고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보복조치 금지 방안도 마련됐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의 분쟁조정 신청, 신고, 서면실태조사에 따른 자료제출, 조사 협조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플랫폼 특화 '분쟁조정협의회' 설치…과징금도 강화
공정위는 자율적 거래 관행 개선 및 분쟁 예방을 위해 표준계약서 제정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다양한 플랫폼 산업 특성에 맞게 유형별 표준계약서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상생협약 체결 권장 및 지원에 대한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더불어 공정위는 공정거래조정원에 온라인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한다. 운영 방식 및 절차 등을 공정거래법 등에 준하여 규정, 신속하고 전문적인 분쟁 해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강화됐다. 과징금 한도는 법 위반 금액의 2배, 정액 과징금 한도는 10억원이다. 보복조치 행위, 시정명령 불이행 등에는 형벌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사업자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실효성 있게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신산업 분야의 혁신 저해를 방지하기 위해 형벌은 최소한으로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동의의결제'를 도입한다. 동의의결제란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을 제안하면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 주는 제도다.
또 급변하는 플랫폼 분야의 거래관행, 입점업체 애로사항, 불공정행위 양태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위가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제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자율적 상생협력 및 거래관행 개선이 촉진되고 신속한 분쟁해결 및 피해구제가 가능해져,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이 지속되면서도 입점업체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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