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상반기엔 강하고 하반기엔 부진했던 LG전자의 전통적인 실적 흐름이 올해 3분기에 깨지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프리미엄 가전 교체 수요가 계속 증가한 데다 온라인 판매량 증가,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폭발한 영향이 컸다.
8일 LG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9천590억 원, 매출은 7.8% 늘어난 16조9천196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보다 영업이익은 93.6%, 매출은 31.8% 증가했다. 이는 역대 3분기 중 최대 매출액, 최대 영업이익으로, 시장의 기대치도 훌쩍 넘는 수치다.
LG전자는 직전 분기에는 매출 12조8천338억 원, 영업이익 4천954억 원을, 작년 3분기에는 매출 15조7천7억 원, 영업이익 7천814억 원의 실적을 각각 거둔 바 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결혼·해외여행 등이 어려워지면서 TV 등 가전에 대한 업그레이드 수요가 나타난 영향이 컸다. 결혼·여행에 대한 지출이 줄어든 대신 프리미엄 가전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화되면서 스팀 가전 판매가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됐다.
이로 인해 LG전자 창원 가전공장의 경우 에어컨 등 일부 계절 가전을 제외한 모든 생산 라인이 8월부터 풀가동됐다.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가동률이다.
이에 시장에선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실적 상향을 이끌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LG전자는 생활가전(H&A)과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의 매출 비중 합계가 57.4%(올해 반기보고서 기준)로 절반이 넘는다. 증권가에선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올해 2조2천1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했다.
또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역대 3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해 4천288억 원이지만, 이번에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3분기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을 두고 KB증권은 전년 대비 35.5% 늘어난 5천810억 원, 유진투자증권은 23.1% 증가한 5천280억원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일각에선 미국시장 수요 회복과 함께 중남미에서 화웨이 관련 일부 반사이익 등으로 영업적자가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장부품 사업 역시 '코로나19'로 여파로 문을 닫았던 고객사의 공장 운영이 재개돼 외형 성장과 함께 적자가 줄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3분기에도 가전과 TV 사업에서 호조를 이어갔고, 스마트폰과 전장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제품 마케팅이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과거보다 판매비나 관리비 등이 대폭 축소된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그 동안 1분기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저조한 '상고하저' 흐름을 반복해왔다. 특히 가을 실적이 저조해 2018년과 2019년 4분기에 각각 757억 원, 2019년 1천18억 원의 '어닝 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에어컨 등 계절 가전의 비수기인데다 TV·스마트폰 성수기인 연말을 겨냥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던 영향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억눌려 왔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는 이른바 '펜트업' 효과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콕' 수요가 몰리면서 3분기 동안 가전제품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도 일찌감치 LG전자의 호실적을 기대했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지난 6월 말 영업이익이 6천303억 원일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근에는 8천499억 원까지 치솟았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16조2천억 원일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했다. 하지만 LG전자는 3분기 동안 이 같은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들은 매년 저조한 실적을 냈던 4분기에도 올해는 LG전자가 선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천637억 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11월 말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부터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까지 전 세계 대형 프로모션들이 이어지는 시기"라며 "이에 팔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LG전자는 이익이 전제된 매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에 나서지 않아 매출이 다소 낮은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가전·TV의 수요가 3분기로 이연돼 분위기가 이전과 상당히 다르다"며 "LG전자가 처음으로 올해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월풀의 매출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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