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이 이달 25일 별세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자산만 18조 원이 넘어서 자녀들에게 나눠주고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총 18조2천200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9천억 원 에 달한다.
이 회장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2억4천927만3천200주(지분율 4.18%) ▲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천900주(0.08%) ▲삼성SDS 9천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천733주(2.88%) ▲삼성생명 4천151만9천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전자 지분 4.18%와 생명 20.76%를 물려받아야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삼성전자 지분에만 상속세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배당을 늘리는 식으로 현금을 확보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데, 이 과정이 그룹 지배 구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어 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인 총수에 올랐다.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4개 계열사 지분 상속에 대한 상속세는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해 10조9천억원이 된다.
삼성은 법률에 따라 성실하게 증여·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계기로 지주회사 체제 등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삼성물산의 주주는 이 부회장 17.5%를 비롯하여 이부진 5.6%, 이서현 5.6%, 이건희 2.9%, KCC 9.1%, 국민연금 7.6%, 자사주 12.5%, 기타 39.2%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주주는 이건희 20.8%를 비롯해 삼성물산 19.3%, 삼성문화재단 4.7%, 삼성생명공익재단 2.2%, 국민연금 5.9%, 이마트 5.9%, 자사주 10.2%, 기타 31.0% 등이다.
삼성전자의 주주는 삼성생명 8.8%를 비롯해 삼성물산 5.0%, 이건희 4.2%, 홍라희 0.9%, 이재용 0.7%, 삼성화재 1.5%, 국민연금 9.7%, 기타 69.2%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삼성SDS의 주주는 삼성전자 22.6%를 비롯해 삼성물산 17.1%, 이재용 9.2%, 이부진 3.9%, 이서현 3.9%, 국민연금 6.5%, 기타 38.6% 등이다.
다만 삼성 지배구조와 맞물린 보험업법 개정 추진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이 보험업법 개정을 감안해 추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이 회장의 주식을 처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 환송심 등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을 단기간에 추진하기보다는 장기 과제로 설정해놓고 순차적인 로드맵에 따라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지배구조 체제에서는 이 회장 보유 지분 상속 등의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지배구조 체제 변화는 크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을 시가로 평가하고 총자산 3% 초과분은 법정 기한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8%에 대해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명분은 충분히 있다"며 "그런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매입자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 대부분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상속에서 발생할 것이다"며 "상속받은 삼성전자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결국에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 등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지분 처리문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과 맞물려 있다"며 "현시점에서 삼성그룹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17.3%의 지분보유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최소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총 10조원의 상속세를 상속인들이 나눠 납부 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향후 배당증액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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