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서민지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외부 조문이 시작된 26일 오전부터 정·재계 고위 인사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침통한 모습으로 빈소로 들어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0여 분간 조문을 끝낸 후 "(가족들과) 다른 얘긴 없었다"며 "너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셔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생전 업적에 대해선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평가했으며, 고인과의 추억에 대해선 "항상 따뜻하게 잘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또 '이재용 체제'로 갈 삼성에 대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러 가지로 좋은 쪽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대교체로 총수 자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서로 견제하기 바빴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자주 왕래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오전 11시 7분께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전날에는 조화를 보냈으며, 페이스북에서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적어 주목 받았다.
이 대표는 빈소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고인께서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탁월한 혁신을 이루시고 세계적 기업으로 국가적 위상과 국민의 자존심을 높여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 가까운 거리였던 적은 없다"면서도 "이제까지 고인께서 해오신 것처럼 (삼성이) 한국 경제를 더 높게 부양하고, 앞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기업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날 오전에는 삼성 사장단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전날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조화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지만, 공식적인 조문 시작 전부터 이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빈소로 몰려들고 있다.
장례 이틀째인 이날 오전에는 9시 25분께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을 시작으로 9시 30분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전 9시 37분경 강인엽 삼성시스템 사업부장이 속속 도착해 조문했다. 김 부회장은 빈소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애통하다"는 짧은 소견을 남겼다.
이어 오전 10시 36분쯤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박 회장은 조문 후 "이재용 회장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까 영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전 9시 54분에 도착한 황창규 전 KT 회장은 "(빈소에서) 별 얘기는 없었고 어른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저희가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황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천재급 인재' 영입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에 지난 1992년 합류했다. 이윤우 전 부회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삼성 반도체 신화를 이끈 삼성전자의 '천재 3인방'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이날 조문할 예정이라고 일정을 밝힌 바 있다.
전날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재계 인사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범삼성가 일원이자 이재용 부회장과 사촌 지간인 이 회장은 25일 오후 3시 40분부터 1시간 반 가량 가족들과 함께 빈소에 머물렀다.
이 회장은 CJ그룹 관계자를 통해 "(이 회장은) 제게는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라며 "일찍 영면에 드셔 황망하고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재계 고위 인사 중 범현대가인 정몽윤 회장과 정몽규 회장도 방문했다. 이들은 오후 4시 50분께 빈소에 도착해 약 30분간 머물렀다. 정몽윤 회장은 이 회장에 대해 "큰 거목이셨다"고 짧은 소견을 밝혔다.
앞서 26일 오전 9시에는 이 회장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입관식은 고인에게 수의를 입히고 관에 넣는 장례 절차로, 이 회장의 유족들만 참석했다. 오전 8시 50분께 도착한 원불교 관계자들은 원불교 신자였던 이 회장을 추모하는 원불교 장례 예식도 별도로 진행했다.
이 회장의 발인은 오는 28일이다. 장지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삼성 선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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