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최근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10조3천억 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적정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의 낸드 역량이나 무형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가치 평가를 한 만큼 비싸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3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 참석해 "단순한 공정·공장이 아닌 인텔의 낸드플래시 솔루션이라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봤다"며 "한국이 (반도체) 공정 중심이라 그런지 다들 팹(Fab·반도체 생산 공장)만 (강조)하는데 인텔의 낸드 역량이나 무형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린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90억 달러(10조3천104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금액은 국내 인수합병(M&A)사상 최대 규모다. 양사는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어 오는 2025년 3월까지 인수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4~5위권에 머물던 낸드 사업을 단숨에 2위(22.9%)로 끌어올렸다. 현재 1위는 삼성전자(33.8%)다. 또 향후 성장 전망이 높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은 기존 5위권에서 글로벌 1위로 오를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기준 올해 2분기 전체 SSD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1.2%, 인텔과 SK 합산 27.1%다. 기업용 SSD 사업만 놓고 보면 2분기 인텔과 SK 점유율이 36.7%로 삼성(34.1%)을 앞선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계약을 두고 향후 4년간 투자비 대비 이익이 적을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4년간 양사의 낸드 사업을 합치지 않고 독자 운영하는 구조여서 수치상 시장 점유율만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우선 70억달러를 지불하고 4년간 인텔이 생산하고 브랜드만 SK하이닉스인 제품을 판매하는 인수 계약"이라며 "4년간 지식재산권, R&D 등 핵심 자산이 인텔에 귀속돼 M&A를 통해 SK의 낸드 역량을 키운다는 근원적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고 자칫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수 금액을 두고서도 비싼 것 같단 의견들도 나왔다. 단순하게 자본 규모와 매출액을 비교하면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금액이 높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10조 원은 2020년 연간 설비투자에 해당되는 하이닉스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으로 다소 비싸 보인다"며 "인텔의 낸드 생산 8만 장을 증설하려면 10조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인텔의 자산이 노후화됐고 향후 기술전환에 추가비용이 발생 가능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이 대표는 인수 가격이 적정하다고 강조하며 "SK하이닉스가 128단 낸드를 세계 최초 개발하는 등 웨이퍼 분야에선 진전을 이뤘지만 솔루션 역량에선 한계가 있었다"며 "인텔은 하이엔드(고급형)부터 로우엔드(저급형)까지 모든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라고 반박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낸드에 강점을 지니고, 인텔은 서버용 낸드 분야 강자인 만큼 서로의 포트폴리오가 잘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를 두고도 관심이 높다. 내년 말까지 우선 지불해야 할 1차 대금 비용은 8조 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밝힌 현금보유액은 약 5조 원이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유동부채에 잡힌 차입금은 약 4조 원이다.
이에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인텔보다 앞서 4조 원을 투자한 일본 반도체회사 키옥시아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키옥시아는 당초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도쿄 증시 상장이 지연된 상태다.
이 대표는 "키옥시아 IPO가 연기됐지만 단기적인 사업성과를 위한 투자는 아니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적 가치를 살펴본 후 투자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에 인텔 출신인 이 대표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에 대해선 "이번 인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인텔 출신이다보니 그쪽 문화를 잘 이해해 신뢰는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대표는 올해 말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M16에서 생산할 4세대 10나노급 D램에 극자외선(EUV)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내년 하반기엔 제품을 출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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