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IT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자칫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해 혁신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식 야놀자 실장은 3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플랫폼에 공룡이 있나요?' 간담회에서 "공정위는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이 없다고 하면서도 숙박업체 중에선 국내 사업자만 포함했다"며 역차별 우려를 제기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등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와 책임을 규율한 법이다. 공정위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매출액 100억원, 중개거래금액 1천억원 이내에서 법 적용 대상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에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오픈마켓 8개 ▲숙박앱 2개 ▲배달앱 4개 ▲앱마켓 3개 ▲가격비교 3개 ▲부동산정보제공 4개 ▲기타(승차중개) 2개 등 26개 사업자가 이 법에 적용될 전망이다. 숙박앱에는 야놀자·여기어때만 포함됐다.
박 실장은 "숙박업체는 글로벌 OTA가 제시하는 거래조건에 쉽게 동의하지만, 국내 숙박앱은 입점업체를 늘리기 위해 더 좋은 수수료와 조건, 마케팅비를 제공해야만 한다"며 "국내 OTA가 만든 국내 시장 관행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킹닷컴·아고다·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OTA 대비 국내 숙박앱은 시장 영향력이 미미한 데다, 플랫폼이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양면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와의 거래 관계에서 우위에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 규제개혁당당하게의 구태언 변호사는 "공정위는 이번 법안을 만들면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법안을 참고했다고 하는데, 입법 취지부터가 다르다"며 "두 국가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과의 싸움에서 밀리는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고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법안을 만들었는데, 공정위 안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에어비앤비는 국내 관광진흥법상 불법인 내국인 도시 민박을 중개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단속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며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내부 플랫폼에 우선해 '전족'을 씌우는 건 잘못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알고리즘은 '영업비밀'…공개 안 돼"
공정위의 법 적용 기준(매출액 100억원, 중개거래금액 1천억원)과 계약서에 상품 노출 알고리즘 등을 공개하게한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정경오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공인중개사가 20억짜리 아파트를 50채 중개하면 이 법에 해당된다"며 "중소기업기본법 상 중소기업의 매출 기준도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적용 대상보다는 높다"라고 지적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알고리즘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소송에도 '디스커버리 제도(증거제시제도)'가 없어 기업의 내밀한 영업비밀은 공개하지 않는 데다, 부정경쟁방지법도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자는 측면에서 개정됐다"며 "즉 영업비밀이 기업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는데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중요한 영업비밀인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새로운 사업이 성장하고 출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있지만 법제화하지는 않았는데, 왜 한국이 우선적으로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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