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금호그룹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을 폐지하면서 사실상 그룹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삼구 전 회장이 10년 동안 간절히 바라왔던 그룹재건의 꿈도 멀어지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지난 7일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전략경영실을 해체했다. 금호그룹의 전략경영실 해체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확정되면서 그룹 경영의 필요성이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이미 그룹 품을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이 아시아나IDT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이미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 주요 계열사 대부분도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있었던 만큼 금호그룹에 남는 회사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정도다. 두 회사는 사업적으로 관련성이 크지 않고 시너지도 내기 어려운 만큼 그룹 경영의 필요성이 요구되지 않는 셈이다.
결국 금호그룹은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을 폐지하고 계열사별로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정은 박세창 사장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대우건설·대한통운 매각 이후 10년 넘게 목표로 했던 그룹재건 작업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그룹재건이 문제가 아니라 존립 자체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려 있다.
당초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약 3천2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는 인수하지 않고, 1조5천억원 규모 신주 및 3천억원의 영구채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시장에서 팔아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금호산업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된 뒤 1년을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가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에 따라 HDC현산에 매각하려던 금액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무상감자가 이어지면서 지분율도 30%에서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마저도 금호산업 수중에 들어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이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산은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대금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바탕으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려던 금호그룹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금호고속은 올해 말까지 4천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금호고속은 궁여지책으로 고속버스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금호익스프레스 지분을 담보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에 나섰지만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독자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금호산업의 명줄을 산은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박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그룹재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 오너3세 박세창 사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편 박 사장은 연말인사에서 아시아나IDT 사장직을 유지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수 거래가 종결될 때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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