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가 애플을 등에 업고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가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TSMC가 빠르게 달아나며 격차 벌리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달 매출 1천248억7천만 대만달러(약 4조8천억 원)를 거뒀다. 이는 전월 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지난 9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월 매출이다.
TSMC의 1~11월 누적 매출은 1조2천218억9천만 대만달러(약 47조4천억 원)로, 전년보다 26.4%나 늘었다. 이달에도 실적 호조가 예상돼 연간으로도 20%대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당초 TSMC는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흔들림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애플 '아이폰12' 시리즈에 탑재된 A14 바이오닉 칩과 애플의 PC용 칩셋 'M1'을 수주하면서 실적 증가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TSMC와 애플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현재 애플은 TSMC와 자율주행차 '애플카'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칩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설계는 애플이, 생산은 TSMC가 담당하며, 애플카는 2023~2025년 사이에 공개될 예정이다.
미디어텍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디어텍은 조만간 5G SoC(시스템온칩)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TSMC에 생산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실적 성장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속 5G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있고,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전년보다 23.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을 전년보다 13.5% 증가한 682억 원 규모로 파악했다. 2021년에는 782억 달러, 2022년 805억 달러, 2023년 873억 달러, 2024년 944억 달러로 향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TSMC는 이미 캐파(생산능력)가 꽉 찬 상태로, 수요가 밀려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설비 투자에만 170억 달러(약 18조5천419억 원)를 투입할 예정으로, 초미세 공정 설비 확대에 힘을 싣고 있어 향후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을 전년보다 25% 증가한 37억1천500만 달러(약 4조523억 원)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TSMC 매출은 21% 증가한 125억5천만 달러(약 13조6천895억 원)로, 삼성전자는 매출 규모에서 TSMC에 밀리긴 하나 성장률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점유율 55.6%로, 삼성전자(16.4%)를 39.2%포인트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2분기 32.7%포인트, 3분기 36.5%포인트에서 더욱 벌어진 것이다.
반면 내년에는 분위기가 다시금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퀄컴, IBM, 엔비디아 등 대형 계약을 잇따라 따낸 만큼 내년에는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등의 물량 증가와 엔비디아, 퀄컴 칩 수주를 바탕으로 2021년 큰 성장을 할 것"이라며 "2022년에는 3나노 공정과 GAA(게이트올어라운드) FET 공정을 적용해 2025년에 적용이 예상되는 TSMC에 비해 공정 측면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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