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입주 1년도 안 된 서울 보라매SK뷰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시멘트 석회물 누수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외제차를 포함, 수십대 차량이 줄줄이 피해를 입었다. 시공사와 관리사무소는 서로 배상책임을 떠넘기면서 애꿎은 입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2일 입주민들과 SK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보라매SK뷰 아파트 지하 2~3층 주차장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석회물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의 차량을 비롯해 이곳에 주차된 차량 수십대가 피해를 입었다.
A씨 차량은 '포르쉐 파나메라 GTS 4.0 풀옵션' 모델로 2억원이 넘는다. A씨 차량은 후면 유리창, 트렁크 도장부분, 뒷좌석 외부 등이 오염됐다. 정비업소는 유리창 교체, 광택, 유리막 코팅, 디테일링 세차, 기스제거 등 500만원 수준 견적을 냈다. 하지만 A씨는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을 통해 간단히 처리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SK건설은 아파트 누수와 균열문제는 재공사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배상 문제는 시설물 보존 및 관리를 소홀히 한 관리사무소에 있다고 떠넘겼다.
실제로 공동주택법 등에 따르면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는 누수 하자 발생 시 입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표지를 설치하거나 차량 통제를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리소는 피해가 확인된 이후에야 비닐 덮개를 가져다가 차량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관리소 측은 해당 아파트는 입주 1년도 안 된 신축 아파트로 SK건설의 부실시공 문제가 큰 만큼 배상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관리소는 시공사에 이미 주차장 누수 문제에 대한 하자보수를 요청했음에도 신속히 이행하지 않은 데다 누수범위가 광범위해 예방조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같이 시공사와 관리소의 주차장 누수 사고로 인한 배상 책임공방은 비일비재하다. 수원지방법원은 2009년 보험사인 원고가 차량 소유자를 대위해 시공사에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시공사가 누수사실을 알고 방치한 증거가 없다며 아파트 관리인에 100%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08년 주차장 석회물 누수로 인한 피해 관련 분쟁조정을 통해 시공사와 관리소 양측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를 내렸다.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효력이 발생한다.
소비자원은 ▲관리소가 시공사에 하자보수 이행을 요구해 시공사가 피해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 ▲관리소는 공동주택 공용부분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의 관리주체로서 안전표시 등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점 등을 근거로 양측에 5:5의 비율로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했다.
결국 이들의 다툼 속에 입주민들은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1년도 안된, 대기업 이름으로 지어진 아파트인데 시멘트 물이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결국 개인보험으로 차량을 단순처리했고, 작업기간 내 대차는 받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관리소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라매SK뷰 관리소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내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곳만 50여곳에 달하는 등 명백한 건설사 잘못"이라며 "부실시공을 해놓고 관리소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피해자들을 아파트 자체 보험에서 배상할 경우 향후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주민들의 추가 피해는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하자 외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관리소는 아파트 배상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에 대해 보험처리가 되도록 관리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공사는 추가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덮개를 구비하고 직원을 상주시키는 등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건설은 지난 2017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583-1번지 신길5구역을 재개발, 보라매SK뷰를 분양했다. 지하 2층~지상 29층, 18개동 총 1천546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당시 서울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큰 뉴타운 내 재건축이다 보니 많은 주목을 받으며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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