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서울 구로구로 출근하는 2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카카오톡 등 앱 꺼짐 현상이 오전 내내 발생하자, 점심시간에 휴대폰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서비스센터엔 본인처럼 앱 꺼짐 현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박 씨는 "여러 사람에게 발생하는 현상인 줄 알았다면 서비스센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럴 때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없어진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지하철 1호선이 연착됐을 때도 실검이 없으니 무슨 일인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토로했다.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월 25일 포털 '급상승 검색어'와 모바일 홈의 '검색차트' 판 서비스를 종료했다. 급상승 검색어가 있던 자리는 날씨 정보로 대체됐으며, 모바일 앱에선 검색차트 대신 주가지수와 환율 등을 보여주는 '경제지표' 판이 새로 생겼다.
지난해 2월 다음에 이어 올해 네이버도 실검을 폐지한 가운데, 최근 ▲구글 OS 앱 충돌 ▲네이버 카페·블로그 접속장애 등 대규모 서비스 오류가 이어지면서 '실검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여론 동향을 파악하기엔 실검만한 서비스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실검 폐지로 최근 이슈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이용자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개인 관심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반론도 있다. 경기 광주에 거주하는 이모 씨(32·여)는 "실검 이슈가 주로 연예계 소식이었던 데다, 정치·상업적으로 실검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아 보기 불편한 적이 많았다"라며 "중요한 이슈는 유튜브나 트위터에서도 확인 가능해 실검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정치권 때리기에 실검 실종…이용자만 '울상'
네이버는 실검 폐지 배경으로 ▲검색어 다양성 확대 ▲이용자 이용행태 변화를 꼽았다. '다양한 이용자의 관심사를 알려준다'는 취지로 실검을 선보였으나, 최근 검색어 종류 수(UQC)가 10년 전 대비 33.6배 증가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사보단 개인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실검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네이버가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실검을 폐지했다고 본다. 네이버가 내달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실검을 폐지한 건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네이버 실검이 대한민국 여론 척도로 떠오르며 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거셌기 때문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가 네이버 실검 1위 경쟁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이에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포털이 실검 조작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항의했다.
정치권 압박에 네이버는 실검을 여러 차례 개편하고, 선거기간엔 아예 운영하지 않기로 했으나 매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실검 조작론이 제기됐다. 지난해에도 국민의힘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조 전 장관 사건 등 다양한 실검 조작에 대해 해명하라며 국감 출석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과도한 '실검 때리기'로 온라인 플랫폼과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에서 플랫폼에 공공서비스에 준하는 공익성을 요구하며 규제 법안들을 내놓으면 사업자로서는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치권이 규제 집행이 용이한 국내 사업자만 옥죄면 더 좋은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갈등이 극심한 국내 현실상 실검의 부작용이 크다는 진단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검은 기술적으론 중립적이지만, 이를 수용하는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여론 분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부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었다"라며 "국내 여론 문화의 특성으로 실검이 폐지된 거라 단순 이용자 관점에서 필요한지 아닌지만 논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실검은 휘발성 강한 이슈에만 주목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우리가 진짜 해결해야 하는 이슈는 실검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검 폐지로 이용자들이 정보를 더욱 넓고 깊이 있게 소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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