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주식 소수점 매매 '테스트 베드' 돌리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개인투자자의 건전한 투자 문화 안착을 위해 '소수점 매매'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소수점 매매 시범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류 대표는 1일 카카오페이 블로그에 '주식 소수점 매매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올려 소수점 매매 시범운영을 제안했다.

소수점 매매란 주식을 거래할 때 '1주' 단위의 주식수를 기준으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금액' 단위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주당 8만1천400원(31일 종가 기준)인 주식을 소수 단위로 쪼개 0.1주를 살 수있도록 하면, 10분의 1 가격인 8천140원에 거래가 가능해진다. 5만원에 1.628주(소수점 셋째자리 기준)를 살 수도 있다.

류 대표는 소수점 매매가 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금융투자시장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잔돈과 리워드를 활용해 1원으로 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한 '동전 모으기', '알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하자 10월 만에 펀드 가입자가 120만명을 넘어섰고, 한달 동안 960만건 이상의 펀드 투자가 일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방식도 점점 넓혀가며 '동전 모으기' 신청자의 80%, '알 모으기' 신청자의 50% 이상이 주간·월간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자동투자나 투자금액을 조금 더 높여 단건 투자를 하는 등 스스로 학습하며 투자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며 "소수점 매매가 가능해진다면 주식 시장에서도 '동전 모으기'처럼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이 무리하지 않고 주식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자산배분 수혜를 확대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류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아마존, 구글, 테슬라와 같은 주식들은 1주당 가격이 대략 3천달러, 2천달러, 600달러로 매우 높다"며 "똑같이 3천달러가 있다고 할 때 소수점 매매가 가능한 미국 투자자들은 여러 우량주식을 나눠살 수 있지만, 국내투자자들은 하나의 주식만 살 수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자들에 비해 자산배분 측면에서 다소 높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소수점 매매를 도입하면 1만원으로도 동일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해 소액으로도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자산배분 투자가 실현된다"며 "그동안 자산가나 전문가의 전유물로 느껴졌던 자산배분의 수혜가 모든 투자자에게 확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점 매매의 경우 해외 주식 거래에 이미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의 해외주식 소수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자본시장법상 구분예탁 의무 등 각종 규제를 2년 간 풀어줬다.

이에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해외주식을 1주 미만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해외주식 소수점 구매 서비스' 등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미니스탁' 앱을 통해 금액단위로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류 대표는 소수점 매매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법 개정과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등 많은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곧 바로 시도할 수 있는 시범운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해외주식의 소수점 매매가 이뤄지는 선례가 있는 만큼, 시범운영으로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수점 매매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상법,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주식의결권 공유 ▲소수단위 예탁제도 ▲실시간매매체결 ▲시스템 안정성 등 해결해야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한 예로, 예탁결제원에선 1주로만 전자증권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구비돼 있어 소수점 거래 처리는 불가능하다.

류 대표는 "소수점 매매 제도 도입에 물리적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혁신금융서비스를 '테스트 베드'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며 "업계에서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시범운영을 해본다면, 소수점 매매의 도입 효과 뿐 아니라 제도 정비에 참고해야 할 보완점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