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바이오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CJ 등이 제약·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바이오산업은 생물체 기능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거나 유전적 구조를 변형시켜 새로운 특성을 나타내게 하는 기술 산업을 말한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3일 공시를 통해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상 바이오 사업 진출을 인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서열 5위로 꼽히는 롯데그룹은 그간 다른 그룹에 비해 신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삼성이 미래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 확장에 사활을 건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현대차가 선제 수소차 투자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지만 롯데는 뚜렷하게 내세운 신사업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찾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바이오 분야에 먼저 진출한 삼성과 SK의 성공이 자극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미래사업 확보 여부에 따라 재계 5~20위권 주요 그룹의 희비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 바이오 사업에 일찌감치 공들인 삼성, LG, SK 등 기업들…성과 나오는 중
삼성그룹의 경우 5대 신수종사업 중 가장 공들이는 사업군으로 바이오를 꼽으며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창사 9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바이오 CMO 시장점유율 28%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10년 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 도약을 목표로 새로운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늘어난 백신 수요를 위해 백신 CMO도 신규 사업으로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3년 본격 가동 목표인 4공장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조기 수주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회사는 미국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샌프란시스코에 의약품 위탁 개발(CDO)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이와 함께 현재 인천 송도에 10만평 규모 제2바이오캠퍼스 건립도 추진 중이다.
LG그룹은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LG에너지솔루션)를 계기로 그동안 투자에서 후순위였던 바이오산업 분야 투자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2천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당뇨·대사, 항암·면역 등 신약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미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다. 양사 합병은 LG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육성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LG화학은 최근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40여개로 확대했다. 합병 전 10여개에 불과했던 파이프라인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LG화학은 바이오 벤처 아이씨엠(ICM)에서 퇴행성관절염 관련 유전자가 삽입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벡터 후보물질을 이전받는 등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신약 개발을 맡고 있는 SK바이오팜과 백신을 담당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역할 분담과 협업을 통해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SK그룹은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바이오 사업에 발을 들였고 꾸준히 투자했다. 그 결과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받았다. SK그룹의 27년 바이오 투자가 독자적인 신약 개발 결실로 이어진 셈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의 기간과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하나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나오면 하나의 제품으로 단기간 내 투자액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
또한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따내면서 주목받았다. 계열사인 SK바이오텍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C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J그룹 역시 바이오에 일찌감치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CJ그룹이 주목하는 건 신약 등을 다루는 일반적인 '레드 바이오' 사업이 아니라 식품·농업 첨가제를 중심으로 한 '그린 바이오'다.
CJ그룹은 1960년대 아미노산과 식품조미소재로 진출한 뒤 현재는 중국, 브라질, 미국, 말레이시아 등에 생산거점을 두고 9개의 필수 아미노산을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CJ그룹 CJ제일제당은 에보닉(독일), 아지노모토(일본) 등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 등 5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트립토판, 발린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각각 60%, 75%에 달한다.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차세대 먹거리로 친환경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지목했다. 특히 5년 내 3조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재활용 비닐, 빨대, 페트병, 포장재, 섬유까지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높다.
◆ 바이오 사업 확대 주된 이유는 '블록버스터급 시장 규모'…글로벌 기업 전쟁터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건 시장 전망 때문이다.
한국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2017년 2천706억 달러(약 306조원)에서 연평균 8.6%로 성장해 2023년 4천42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체 의약품산업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지속해서 증가해 12년 15%에서 지난해 20%로 늘었다. 글로벌 의료 사업 비중도 바이오·제약(70.1%), 의료기기(19.9%), 체외진단(3.8%), 의료 IT(3.3%), 의료영상장비(1.7%) 정도이며 바이오가 가장 큰 상황이다.
바이오산업은 헬스케어와 환경 및 자원(식량자원 포함) 이슈의 대안으로 꼽힌다. 그간 바이오헬스 기술은 국민 수명연장에 기여했으나, 바이오의약품은 만성질환, 희귀난치질환 등에 따른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 격차를 좁혀 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과 함께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GDP 증가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사업이라는 점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긴다. 실제 세계 각국 정부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술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TOP 10 제약기업의 R&D 투자 지출액은 2012년 1천360억 달러에서 2019년 1천86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 바이오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이 약 1만2천개(2018년 기준)로 가장 많은 바이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바이오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바이오 전담 자회사 칼리코와 베릴리를 설립해 노화 예방,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바이오허브를 설립, 인체 세포 지도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도 의약 산업에 적극 뛰어들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는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개발에 3년간 3천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바이오 헬스케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중국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의료정보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기업은 현재 점유율 약 2%(생산 기준 27조원) 수준이만 정부는 기술 투자 지원으로 2025년 5% (생산 기준 152조원)까지 높혀간다는 계획이다.
2018년 기준 국내 바이오기업은 약 971개사이며, 코스닥 상장 기업은 86개사, 유가증권 상장 기업은 약 90개 회사가 글로벌 시장 장악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2019년부터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를 3대 육성 산업으로 선정 후 지속 투자하고 있고 R&D 비중은 기업 평균 약 9%에 달한다"며 "재계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글로벌 영향력도 미세하게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