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2002년 국내 최초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 설립 이후 20여 년간 시장을 주도했던 화장품 로드숍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발 사드 사태와 H&B 브랜드의 급성장에 이어 터진 코로나19 여파 탓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는 사업 다각화와 해외 영업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화장품 업종의 신규 개점률이 1.8%인데 비해 폐점률은 28.8%였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도 2018년 4.27억원에서 2019년 3.9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감소하며 4억원 미만으로 하락했다. 그만큼 브랜드숍의 수익성이 악화됐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상황은 더 나빠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화장품 업종의 오프라인 소매판매액은 28조 49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가맹사업 화장품업종의 브랜드 수도 22개(2019년)에서 19개(2020년)로 13.6% 떨어졌다.
업체별로 보면 내수 시장에서의 추락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에이블씨앤씨의 미샤는 지난해 매장 164개를 닫은 데 이어 올해 1~3월에도 약 30개를 추가 폐점했다. 3월 기준 매장 수는 400여개, 매장이 한때 800개를 넘은 것을 절반 가량 내수 시장이 후퇴한 것이다. 또한 토니모리의 매장 수(직영·가맹)도 2019년 517개에서 2020년 452개로 감소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로드숍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는 2019년 920개에서 지난해 656개로 줄었다. 에뛰드하우스는 2018년 393개에서 2019년 275개로 100개 이상 줄었고 4월 기준 약 164개(홈페이지 기준)의 매장만 운영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2019년 598개에서 지난해 463개로 감소했다.
◆ 사업 다각화 나선 화장품업계…펫푸드에 건기식까지 뛰어든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에서는 화장품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 3월 한국 최대 단미 사료 제조업체인 '오션'을 인수하며 펫푸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설립된 오션은 사료와 간식 등 프리미엄 펫 푸드와 위생용품 등을 제조·유통하고 있다.
오션의 경쟁력은 동결건조제품류, 저온제습건조제품류, 레토르트멸균 제품, 자연화식, HMR(즉석조리식품) 등 다양한 프리미엄 펫푸드 간식 제품이다. 오션의 펫푸드 제품은 전국 펫전문 로드샵, 동물병원, 대형할인마트와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80여개 업체에 입점되어 있다. 향후에는 토니모리의 온오프라인 유통 인프라에 추가 입점하며 시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3월 31일 열린 주주 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물류 대행업과 휴게 음식점업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카페와 음식료 사업 진출 확장이 기대된다. 운영 중인 매장도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매장을 폐점하고 '웅녀의 신전'이라는 카페의 문을 열었다. 해당 카페는 SNS 입소문을 타며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에이블씨엔씨는 온라인 편집숍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온라인 분야 강화의 일환으로 편집숍 '마이눙크'는 모바일 앱 저변 확대를 통한 매출 신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마이눙크 앱은 지난해 12월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바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역시 편집숍 형태 운영을 확대하고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 확대로 매출 상승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클리오와 페리페라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색조 화장 전문 브랜드 클리오는 3월 26일 열린 주주 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식음료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제조·유통·판매'를 추가했다. 이미 클리오는 지난해 9월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자회사 '클리오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이너뷰티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해 왔다. 뒤이어 연말에는 신규 사업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기획하고 연구하는 건강식품 파트를 신설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더 이상 폐점이나 효율화만이 답이 아니라고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회사의 명운을 건 다음 사업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성과 나오는 일본 시장 마케팅 비중 늘리는 화장품 업계
화장품업계는 해외 시장 중 최근 일본 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었으나, '사드 사태' 이후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일본 수출액은 6억 3천892만달러(약 7천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59.2% 폭증했다. 지난 2019년 일본 수출액은 4억 163만달러(약 4천544억원)로 전년(2억 7천29만달러) 보다 32.7% 상승한데 이어 그 성장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에이블씨엔씨에서도 일본 매출이 높아지는 추세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연결 기준 일본법인 매출은 38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별도 기준 해외부문 매출 687억원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돈키호테, 로프트 등 일본 버라이어티숍에서의 '틴트'와 '쿠션' 제품 판매 증가가 주효했다. 기초화장품을 필두로 색조, BB 및 CC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등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면서 역대 최대 수출액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이 밖에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다현과 사나를 모델로 기용하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12일 일본 후쿠오카 파르코(PARCO)점을 공식 오픈했다. 이번 점포는 지난해 3월 오픈한 '후쿠오카 아뮤에스토점' 이후 규슈 지역 두번째 점포로,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141개를 대거 철수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출점으로 이니스프리는 4월 기준 일본에 약 16개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후발주자로 나선 2세대 로드숍 브랜드 클리오도 베스트셀러 '프로 아이 팔레트' 등이 일본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 증가율이 높은 상황이다. 클리오는 지난해 구달에 이어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토리를 올해 일본 드러그 스토어에 입점시킬 예정이다. 클리오는 4차 한류가 시작됐다고 보고 올해 기초 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시장을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한 관계자는 "일본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모두 전략을 다하고 있다"며 "국내외 브랜드 핵심 상품군 육성에 힘쓸 예정이며 채널 다변화와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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