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쿠팡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 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 전경련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86년 상위 대기업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상위 30대(1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34.1%(21.2%)에서 1982년 40.7%(30.2%)로 상승한 것을 제도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이후 일부 제도의 변화가 있었으나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시각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과거 우리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제도로, 당시 자산총액 4천억원 이상 그룹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 제도를 두고 개방경제로 변모한 오늘날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장개방도는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했다. 또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에는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가 전무했으나, 지금은 57개국에 달한다. 이는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우리나라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일부 국내 기업의 시장 독점이 매우 어려워졌단 뜻이다.
개방경제 하에서 우리 대기업은 규모가 작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매출의 63.8%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상위 대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30대 그룹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감소했다. 10대 그룹의 매출비중도 같은 기간 28.8%에서 24.6%로 떨어졌다.
기존 방식에 따른 매출집중도 분석은 국내시장과 무관한 수출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영향력이 과장될 우려가 크다.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의 수출을 제외한 매출집중도는 2019년 24.3%로, 수출을 포함한 수치에 비해 6.1%p 낮다.
현재 대기업집단은 과도한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집단 중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최대 1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은 최대 188개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M&A 등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들은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의 지원도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행위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독점금지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며 "1997년에는 지주회사 보유를 전면 허용했고, 2002년에는 출자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융회사의 사업회사 주식보유제한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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