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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반투명 시트지' 붙여 내부 가리는 편의점…"속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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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7월부터 담배 광고 단속…점주들, 실효성·범죄 노출 등 우려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흡연하는 복지부 남성 공무원께 '편의점 담배 광고'가 안보이면 담배를 안필 것이냐고 묻고 싶다."(무교동 한 편의점주 B씨)

편의점 통유리창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반투명 시트지'를 붙이는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는 것. 매장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은 편의점의 상징과도 같았다. 세븐일레븐이 국내 1호 편의점인 올림픽선수촌점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편의점은 전면 통유리창을 유지하고 있다. 갑자기 왜 편의점들은 매장 내부를 가리고 나선 것일까.

서울 중구 한 편의점 입구에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편의점의 담배 광고 노출을 규제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사진=신지훈 기자]
서울 중구 한 편의점 입구에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편의점의 담배 광고 노출을 규제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사진=신지훈 기자]

◆ 담배 광고 가려서 흡연율 낮춘다는 정부

27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편의점의 담배 광고 노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한국인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담배 광고물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단속 기준은 담배 광고물이 점포에서 1~2m 떨어진 거리에서 보이는지 여부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 내 규정된 담배소매점 내 광고물이 외부에서 보여서는 안된다는 지침에 따른 것이다. 국민거강증진법은 이를 위반할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이 법령에 따라 편의점 단속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정부도, 편의점 업계도 이 같은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데 암묵적 동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건 좀 처럼 떨어지지 않는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의 2020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6.6%였다. 2016년(41.9%)과 비교해 5.3%p 떨어졌으나 국민 평균 흡연율(19.8%)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편의점의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막아 흡연율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복지부 생각이다. 복지부는 2019년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단속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업계가 반발하자 계도기간을 오는 6월까지로 연장했고, 7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편의점, 실효성에 의문…"고객 줄고 범죄 노출될까 걱정"

이로 인해 통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이는 편의점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서울시청 인근 편의점 5곳을 둘러본 결과, 4곳의 편의점이 반투명 시트지를 붙인 상태였다.

서울 을지로 한 편의점이 통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여 내부 담배 광고가 잘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 편의점주는 "현실을 모르는 정부의 '탁상규제'"라고 비판했다.  [사진=신지훈 기자]
서울 을지로 한 편의점이 통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여 내부 담배 광고가 잘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 편의점주는 "현실을 모르는 정부의 '탁상규제'"라고 비판했다. [사진=신지훈 기자]

이들 편의점주들은 한 목소리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정부의 '탁상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리창을 가려 담배 광고를 보이지 않게 한다고 해서 흡연율이 떨어지겠냐는 지적이다.

서울 무교동 한 편의점주 B씨는 "길을 가다 밖에서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담배 광고를 보고 담배가 사고 싶어져 구매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흡연율이 낮아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을지로 한 편의점주 A씨는 "규제하겠다는 복지부 흡연자 남성 공무원 분께 직접 '편의점 내부가 안보이면 담배를 끊을 것이냐'라고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단속 기준도 모호해 지자체 단속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광고가 노출됐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B씨는 "광고는 점포 내부의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복지부의 광고물 판단 기준은 그러한 의도성과 상관 없이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기만 하면 단속 대상이 돼 현장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특성상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점주들의 우려다. 서울 무교동 편의점주 C씨는 "편의점이 통유리를 선호하는 것은 미관적인 이유도 있으나, 범죄 예방에 그 목적이 있다"며 "담배 광고를 가리려고 내부를 보이지 않게 했다가 새벽에 범죄라도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대다수가 소상공인인데다, 이들이 받을 매출 타격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C씨는 "우리 점포를 보면 알겠지만 전면은 시트지를 붙였고, 나머지 한면은 담배 광고를 제외한 다른 광고들을 붙여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해놨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힘든 상황에서 다른 상품의 노출까지 막아 손님 유입이 끊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B씨는 "점진적으로 담배 광고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이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담배 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것이나 그동안 편의점 등 내부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며 "예정대로 법령을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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