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양현종(33,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그는 지난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글로브 라이프 필드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당일 LA 에인절스와 홈 경기에 소속팀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양현종은 거액의 금액과 선수로서 안정된 신분이 보장된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하지않은 대신 목표이자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지난 2월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초청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시범경기에 나왔다. 그러나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IA와 KBO리그를 대표하던 좌완 에이스는 좌절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승격 기회를 노렸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 시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택시 스쿼드'에 두 차례 올랐다.
택시 스쿼드는 원정팀 선수단에 결원이 생길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예비 엔트리다. 이 자리에서 콜업되지 않았지만 양현종은 소속팀의 홈 경기에 맞춰 콜업됐고 이날 목표와 꿈을 이뤘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중간계투로 나와 비교적 오랜 시간 마운드를 책임졌다. 양현종은 선발 등판한 조단 라일즈에 이어 3회초 2사 2, 3루 상황에 마운드로 갔다. 그는 이후 7회초까지 4.1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했다.
양현종은 텍사스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길게 던진 중간계투가 됐다. 지난 1988년 9월 16일 에인절스전에 중간계투로 나와 5.1이닝을 소화한 스티브 윌슨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 닷컴을 비롯해 현지 매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양현종은)데뷔전에서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며 "경기 중 공을 받은 호세 트레비노(포수)도 더그아웃와 양현종에 대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투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양현종의 피홈런과 실점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홈런을 맞은 것은 트레비노의 실수였고 상대 타자가 잘 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긴장은 하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찾은 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건 역시 재미있는 일"이라고 자신의 첫 번째 메어저리그 등판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실점을 내준 상황에 대해 내 자신에게 솔직히 실망했다.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면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텍사스는 이날 에인절스에 4-9로 역전패했고 라일즈가 패전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팀 동료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데뷔전을)축하하고 칭찬했으나 팀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시범경기 이후로 메이저리그 마운드 위로 오르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자주 나와 공을 던지며 팬과 팀, 동료들에게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고 각오도 전했다.
양현종은 이날 데뷔전으로 박찬호(은퇴)와 추신수(현 SSG 랜더스)에 이어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뛴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선발투수로, 추신수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야수로 각각 활약했다.
/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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