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다시 울상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실손의료보험에서 적자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의 반사이익 덕분에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외출을 꺼렸고, 자연스럽게 차량 운행량이 줄어들어 사고도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주요 4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대비 6~7%포인트 가량 개선된 84.4~85.6%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에는 적정 손해율(78~80%)에 근접한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일부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다 좋은 일도, 다 나쁜 일도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실손보험이 손보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5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5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전년 대비 5천만원 줄어든 수준이다.
생명보험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손보사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생보사의 실손보험 손실 규모는 지난 2019년 1천588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천314억원 손실로 전년 대비 274억원 감소한 반면 손보사는 2조3천545억원에서 2조3천694억원으로 149억원 증가했다.
합산비율도 생보사는 109.3%에서 107.1%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감소했지만 손보사는 127.3%를 기록했다. 이에 금감원은 손보사의 실손보험 적자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실손보험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부 가입자의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로 지급보험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규가입 및 보험료 인상 등으로 실손보험료 수익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발생손해액은 더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생-손보사의 보험료 수익은 10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6천억원 늘었고, 발생손해액은 11조8천억원으로 8천억원 증가했다.
실손보험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게 되자 생보사들은 판매를 중단하면서 방어에 나섰고, 손보사들은 인수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당국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 여부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의 시선은 오는 하반기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쏠리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과잉진료의 주범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4세대 상품의 성패에 따라 실손보험이 국민의 사적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당국은 실손보험 적자 해결을 위해 상품구조를 개선해왔지만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과 3세대 착한실손보험 역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연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상품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허재영 기자(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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