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두고 3차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은 3차 변론기일로 1, 2차 때 다뤘던 용어해석상의 이견을 놓고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해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종선고는 오는 6월 25일로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민사소송 3차 변론기일을열었다.
이날은 양측의 법적 공방이 다소 복잡한 정보통신기술(ICT)로 점철돼 있어 테크니컬 프리젠테이션(PT)과 함께 증인 심문을 이어갔다.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에서는 박승진 SK브로드밴드 서비스혁신그룹장을, 넷플릭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에서는 이동만 KAIST 정보전자연구소장(교수)를 증인으로 세웠다.
앞서 열린 2차례 변론기일과 마찬가지로 IT용어에 대한 해석을 자신들이게 유리하게 회유하는 방식으로 주장을 이어갔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임에 따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이상 이어졌다.
주요 공방의 핵심은 망사용료에 대한 정당성으로 귀결된다.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은 넷플릭스와 넷플릭스가 별도 배치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전체적인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다르지 않다는 전제하에 도쿄나 홍콩 등의 넷플릭스의 CDN인 오픈커넥트(OCA)가 SK브로드밴드에 직접 연결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접 연결의 경우 최초 접속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 망사용료를 지불한다는 통상적 판단에 기반한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달리 해석했다. 넷플릭스는 CDN을 '갖다 놓은 것'이라 표현했다. 이 말은 넷플릭스가 직접 연결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져가기 쉽게 최전선에 옮겨 놨다는 의미다. 여기에 ISP의 역할과 관련해 망을 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전송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넷플릭스는 CDN인 OCA을 연결이나 접속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을 뿐이며, 최종 사용자(고객)의 요청에 따라 ISP가 이를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비용(망사용료)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넷플릭스가 접속료가 아닌 전송료를 낼 수 없다는 주장과 동일시된다.
◆ 접속·전송 구분한 넷플릭스 vs 직접 연결 비용 내라는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는 인터넷 접속은 동일하고 네트워크 내 누구와도 연결해 전세계적으로 퍼진다고 전제했다.
이를 위해 CP와 ISP A, ISP B, 이용자라는 직렬연결된 도식을 설명했다. 이용자가 ISP B에게 콘텐츠를 요청하고, CP는 콘텐츠를 전송 가능한 상태로 두고 요청을 받을 시 ISP A에게 전송한다. 이 때 ISP A와 ISP B의 연결을 접속 또는 연결이라 부르는 것과 무관하게 인터넷접속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상진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피고(SK브로드밴드)에 연결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연결된다"라며, "피고가 국내 CP에 전세계에 대한 인터넷접속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넷플릭스)가 피고의 인터넷 이용자하고만 연결되고 다른 이용자와는 연결이 안되기 때문에 피고가 원고에게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CDN을 통해 전달하는데, 이용자에게 가까운 캐시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스템으로 자체 OCA를 구축했다고 언급했다.
오 변호사는 "CDN이 없다면 전통적 구조에서 CP는 ISP A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지불하고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지만 ISP A는 다른 ISP와 상호접속해 세계적 연결성을 확보한다"라며, "CP가 A에게 접속료를 지불하고 나면 추가 비용없이 A를 통해 전세계 어디로든 콘텐츠가 흘러가는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CP와 ISP와의 역할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망이용대가는 접속료가 아닌 전송료인데, 이는 ISP의 역할일뿐 CP의 역할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ISP의 책임을 CP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주장의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우선적으로 접속료는 유료이며, 전송료는 무료라는 인터넷원칙이 없거니와 이 둘을 따로 구분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원고(넷플릭스)는 소장에서 접속 대가를 지불하면 네트워크 사용 전송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과 누구든지 접속 대가를 지불하면 세계적인 연결성을 보장받고 그 이외 전송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라며, "하지만 국내법(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음성과 영상, 데이터 등 그 내용의 변경없이 송수신하게 하는 게 전기통신역무로 접속과 전송으로 구분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넷플릭스의 도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CP와 직접연결 대상인 ISP A에게 접속료를 지불하지만 ISP B에는 전송료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운영하는 CDN과 OCA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전송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별개로 보기 어렵다는 것. 즉 OCA 자체도 CP에 속하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ISP A가 되는 셈이다. 즉 직접연결됐기 때문에 접속과 전송을 나눌 필요없이 접속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강 변호사는 "팀 우 박사의 논문을 찾아보더라도 전송은 무상이라는 기본원칙이 없다"라며, "관습인지, 정의인지, 법원에서 적용하는 규범이 아니고 접속이 유료고 전송이 무료라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고 규범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증인 앞세워 기술 PT 입증 '안간힘'
기술PT에 이은 증인 심문과정에서도 동일한 주장이 계속됐다.
김앤장 측은 인터넷접속서비스에 따른 개념과 기본원칙, OCA에 정당성에 대해 증인을 통해 답을 구했다.
이동만 KAIST 교수는 "인터넷접속서비스는 전세계적 연결성이 중요하다"라며, "가입자가 가입망에 연결하고 또 다른 망에 연결될때 무료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송료를 내는 조건이 들어가면 전세계적 연결성이 무너진다"라며, "국내 네이버 서버나 구글 미국 서버가 비용 추가 없이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래픽이 폭증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CP의 역할이 바뀌지는 않으며 ISP는 망구성뿐만 아니라 수신과 송신 등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요청을 하면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트래픽이 늘어나면 망증설로 이어지는게 아니라 캐시서버를 많이 두는 방식이 트래픽을 경감시키는 확률이 높다"라며, 넷플릭스의 OCA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또한 자체 CDN이 ISP에게 받는 혜택이 없기 때문에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CP와 ISP의 이용대가 의무 규정 여부와 직접 연결 구조에 대해 추궁했다. 이에 대해서 이 교수는 "인터넷 기본원칙은 전세계적 연결성으로 ISP간 무료로 연결되는 것은 암묵적 합의다"라며,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 측은 넷플릭스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요청하면 스트리밍 데이터를 전송하게 되고 그 트래픽이 약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가 어느 서버에서 어느정도 품질로 할지 SK브로드밴드의 관여없이 넷플릭스의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박승진 SK브로드밴드 그룹장은 "일반 이용자가 1Gbps 속도로 이용하고 있고, CP가 인터넷의 10Mbps로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일반 이용자가 1Gbps라고 하더라도 CP가 10Mbps니 이론적으로 10Mbps를 넘기 어렵다"라며, "초당 얼마나 전송할 수 있는지가 속도며, 특정 CP가 제공하는 속도 보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측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이 전세계로 나가는 것은 이용료를 받고 제공하지만 넷플릭스 콘텐츠가 SK브로드밴드 이용자에게 들어갈때는 가입자에게만 들어가고 전세계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인턴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 그룹장은 "넷플릭스가 우리 인터넷망을 이용하지 않고 SK브로드밴드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방법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한편, 재판부는 이번 민사 소송에 대한 최종 선고를 오는 6월 25일 내릴 계획이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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