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에게 법인세를 과세하는 '디지털세'에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주력 산업이 제외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전경련회관에서 '법인세제 개편 글로벌 논의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OECD와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글로벌 최저한세 등은 각국 정부의 조세수입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세원확보가 절실해진 만큼, 글로벌 최저한세 등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의 세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며 "국제 조세체계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는 OECD의 포괄적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IF)가 제시한 '디지털세' 및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대해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 기준이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며 "제도 도입 시 법인세 신고 및 징수 비용, 조세분쟁 건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구글, 넷플릭스 등처럼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법인세는 본사 소재지국에 납부하는 디지털서비스 기업이 증가하면서 OECD는 매출이 발생한 시장 소재지국이 글로벌 기업에게 법인세를 과세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에는 디지털서비스 기업에 국한됐던 과세대상이 OECD 논의 과정에서 가전 등 소비재기업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최근 미 바이든 행정부가 전 업종을 대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하면서, 적용대상이 크게확대 논의될 수도 있다.
이동건 교수는 "디지털세는 본사의 이익 중 통상이익 초과분의 일부를 해외매출액 국별 비율에 따라 매출이 발생한 외국에 납세하는 제도"라며 "대상 산업과 기업 기준(매출액), 통상이익률 등 국가 간 합의가 필요한 세부 기준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가 대상 산업을 최소화하고, 특히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주력 산업이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세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최저한세 기준을 정한 후, 해외법인의 법인세가 최저한세 미달 시, 차액을 본사 소재지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동건 교수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세수증가 혜택이 선진국(고세율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일부 개발도상국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당초 OECD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2.5%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최근 바이든 정부는 최저한세율을 21%로 정하자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한세율은 기업의 조세부담과 직결된다"며 "최저한세율이 적정수준 이하로 설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법인세제 개편의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전원엽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디지털세의 핵심은 디지털서비스 및 소비재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의 전체 이익을 국가별로 재분배하는 것"이라며 "이익 재분배 방식에 따른 손익을 면밀히 계산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파트너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21%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시, 각 국은 더 이상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할 유인이 사라진다"며 "해외 진출기업 재무 효율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주요기업 매출액의 약 7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며 "지난해 국내 5대 기업이 정부에 납부한 법인세액 중 약 5조원 가량이 해외매출과 관련돼 있는데, 이 부분이 글로벌 최저한세의 영향, 즉 세수결손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미국이 21%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주장하는 이유는 자국의 법인세 인상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기업의 해외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세의 과세대상 확대 역시,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문성 교수는 "당초 OECD에서 시장소재지국의 과세권 강화 논의는 물리적 사업장이 없는 디지털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디지털서비스기업과 일반 제조업의 특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 산업의 범위를 일방적으로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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