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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남양유업, 8년 간 3번의 대국민 사과…회장 사퇴로 이어진 '경영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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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 회장 4일 전격 사퇴…왜 남양은 불매 '1순위'가 됐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분유·발효유 부문 등 1위에서 '불매운동' 1순위 기업으로 낙인 찍힌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전격 사퇴하며 그 배경과 이후 회사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홍원식 회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직원들을 성원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후 다시 불매운동으로 이어진데 따른 특단의 조치다. 전날엔 이광범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고, 장남이자 '오너3세'인 홍진석 상무도 보직해임된 바 있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이후 3번째다. 8년 전엔 김웅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등 10여 명이 고개를 숙였지만 홍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분유·발효유 부문 1위에서 '불매운동' 1순위 기업된 남양유업…왜?

남양유업은 1964년 비료사업을 하던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이 한국인 체질에 맞는 분유를 만들기 위해 창업한 회사다. 남양유업은 창업 후 분유 뿐 아니라 발효유 등으로 발을 넓히며 한때 국내 발효유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이 터지며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은 대리점에 갑질하는 남양유업 직원의 음성파일이 공개된 사건이다. 이 때문에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그칠 줄 알았던 불매운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갑질 논란에 이어 품질 논란도 일었다. 2019년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서 녹가루가 나왔다는 소비자 고발이 나온 것이다. 당시 남양유업 측은 "녹슨캔은 원천적으로 생산될 수 없다"며 무결점 안심 공정을 검증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식약처는 '부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학계 등 전문가 자문을 통해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에 용기 개선을 권고했다.

이 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비위 혐의까지 불거졌다.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된 것이다.

황씨는 지난 2015년 지인과 함께 일회용 주사기를 이용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수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19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지난달 황씨는 다시 한번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논란이 된 남양유업 세종공장 전경 [사진=남양유업]
논란이 된 남양유업 세종공장 전경 [사진=남양유업]

◆ 경쟁사 매일유업과 뒤바뀐 실적…'전문 경영인 체제'도 성과 거둘지 '미지수'

악재가 이어지며 경쟁사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매일유업과 실적으로 비교하면 남양유업의 참담한 실적은 도드라진다.

사건 직전 해인 2012년 남양유업 매출은 1조3천650억원에 달하며 매일유업을 앞섰다. 실제 같은 해 매일유업 매출은 1조723억원으로 남양유업보다 약 3천억원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남양유업은 매출 9천537억원으로 매일유업(1조4천630억원)보다 5천억원 정도 뒤졌다. 2012년보다 더 크게 반대 격차가 난 것이다.

기업 가치도 뒤집혔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시가총액은 각각 6천782억원, 4천188억원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바뀌어 지난 16일 종가 기준 남양유업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한 시가총액은 2천619억원이고 매일유업은 약 6천억원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직접 사퇴 및 사과에 나선 만큼 악화된 여론을 돌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사퇴에도 '지배구조 개선' 등 완전한 경영 쇄신과 기업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사과가 나왔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보면 결국 후행 조치를 얼마나 잘 실행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문화 혁신'이 중요한데 오너 일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를 바꾸고 MZ세대에 맞게 기업 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실적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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