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GS그룹이 '남혐 논란'으로 얼룩진 GS리테일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계열사에서 발생한 이번 문제로 그룹 전체에 대한 이미지 악화와 함께 불매운동 확산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GS25 홍보 포스터로 '남혐 논란'의 중심에 선 GS리테일에 이어 GS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S리테일과 GS샵 탈퇴를 인증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는 한편, 불매운동 동참을 유도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또 "GS칼텍스에서 주유를 하지 않겠다"는 누리꾼들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GS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GS25가 지난 1일 자사 SNS를 통해 공개한 홍보용 포스터 때문이다. 이곳에 등장한 손 모양이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그림과 비슷하다고 판단돼서다.
또 손 모양과 함께 삽입된 소시지 이미지 역시 남혐 논란을 부추겼다. 여기에 해당 포스터에 쓰여진 영어 문구인 '감성 캠핑 필수 아이템(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도 각 단어의 마지막 글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메갈(Megal)'이라는 단어가 돼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일부 집단을 중심으로 젠더 갈등으로 비화됐다. 특히 신남성연대는 지난 6일 GS리테일 본사로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었고, GS25 편의점주들은 피해를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GS25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이 점차 전체 계열사로 확산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GS는 그룹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가맹점주 게시물에 직접 사과를 하는 등 계열사 차원에서 논란 확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그룹에서 나서기엔 애매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GS 측이 담당자를 처벌하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GS를 둘러싼 비난이 거세지고 있을 뿐 아니라 불매운동 확산 및 기업이미지 악화 상황인데도 그룹 차원에서 적극 해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번 논란은 경영진의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사건 초기에 담당자를 처벌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 약속을 바로 했다면 끝났을 일인데 스스로 계속 일을 키워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미진한 대응으로 직원 감싸기에만 나선 게 과연 적절한 지 묻고 싶다"며 "(같은 논란이 있었던) BBQ처럼 게시물 삭제, 사과, 책임자 징계에 처음부터 나섰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됨과 동시에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1분기에 반짝 호실적을 기록한 ㈜GS의 실적에 대한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GS는 일단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7천365.6% 증가한 7천6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11% 늘어난 4조2천846억원, 당기순이익은 5천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를 지켜본 일부 소비자들은 "GS 불매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번 일에 따른 ㈜GS의 실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GS가 GS칼텍스 실적에 주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도 GS칼텍스가 코로나19발 정유업 불황에서 벗어나 1분기 동안 6천3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선 덕분에 ㈜GS 역시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GS칼텍스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은 크게 받지만 GS리테일처럼 불매운동의 직접적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GS홈쇼핑과 GS리테일이 오는 7월 합병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선 악화된 여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을 통해 이커머스를 강화하고 새로운 혁신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번 일로 합병 후 대대적인 홍보나 마케팅이 어려워져 초기 고객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유인해 쇼핑 습관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이커머스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며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합병 후 초반부터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지면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이 지주사인 GS 지분 구도에서 볼 때 한 자릿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너무나 많다는 점에서 의사 결정력이 다소 떨어지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계열사에 발생한 위기 대처 능력이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이번 GS25 남혐 논란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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