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오는 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민사소송 최종 선고가 내려진다.
망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협상의 의무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으로 향후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간 거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업계가 해당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고 산업 발전 방향 설정에 대해 조망해보고자 한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한 갈등양상과 전개양상 ▲3차례 진행된 법적 공방 ▲판결에 따른 향후 영향을 과거 사례에 비춰 예상해본다.
◆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 국내 ISP와의 갈등 점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사용료 갈등양상을 짚기에 앞서 살펴봐야할 사건은 방송통신위원회 페이스북 접속경로 우회에 따른 조치 사례다.
페이스북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 등과 망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 지난 2016년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해당 이용자의 접속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했다는 사유로 2018년 3월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3억9천600만원과 시정조치를 받았다.
다만, 페이스북은 이같은 방통위 조치에 불복, 같은해 5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이같은 갈등양상은 해외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와 국내 ISP만 망사용료 갈등이 공론화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향후 이어지는 여러 협상에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 페이스북은 당시 기존 제휴대상이었던 KT와 재협상을 진행 중이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도 계약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이미 서비스를 도입한 구글 유튜브뿐만 아니라 향후 통신사와 제휴를 맺을 계획인 넷플릭스까지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려웠다.
현재 2심까지 이어진 행정소송에서는 페이스북이 유리한 판결을 받아냈지만 방통위가 이에 상고를 결정하면서 대법원에서 해당 내용이 판가름날 예정이다.
◆ 국내 시장 잠식하는 넷플릭스…가입자 대비 트래픽 폭증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2018년 5월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 대상으로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한 때다.
업계에서는 앞서 딜라이브와 CJ헬로(현 LG헬로비전) 등 케이블TV에 이어 LG유플러스 IPTV에 넷플릭스가 도입될까 우려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제휴에 대한 부당성을 시사했으나 방통위는 사업자간 제휴에 개입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론적으로 LG유플러스는 같은해 11월 14일 넷플릭스가 다년간 계약 체결을 발표, IPTV인 U+tv에 넷플릭스 도입을 공식화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첫 IPTV 사업자와 독점 계약을 체결한 사례다.
케이블TV에 이어 IPTV와도 제휴에 성공한 넷플릭스는 2017년 공개한 오리지널 '옥자'뿐만 아니라 2019년 1월 공개한 '킹덤'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빠르게 한국 시장을 점령해갔다.
다만, 넷플릭스의 비약적인 성장과는 달리 ISP는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소비자 불만이 폭증하게 된 것. 이에 따라 ISP는 2019년 여러 차례의 해외망 접속회선 용량 증설에 나서야 했으나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불가피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2018년말 국내 가입자 수준은 127만명, 방통위의 2018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했으나 발생하는 트래픽 사용량이 상당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국내 IT업계 트래픽의 5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컸다.
하지만 일부 망사용대가를 지불했던 페이스북과는 달리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이용에 대한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 방통위 재정에도 소송 제기한 넷플릭스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해외 사업자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한목소리로 망이용료 인하와 이를 위한 상호접속 고시 개정을 주장했다.
게다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체결하면서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망사용료 협상은 ISP가 열위에 놓이게 됐다. 페이스북, 구글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지불 받아야 하는 ISP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지속됐다. 넷플릭스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는게 업계 후문이다.
페이스북 사태 재발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자 ISP는 방통위에 재정을 선청했다. 2019년 11월 12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 줄 것을 방통위에 요청한 것.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간 발생한 전기통신사업 관련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에 재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 신청은 접수한 날부터 90일 이내 재정이 이뤄져야 하고 한 차례 90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방통위는 중립적 제3자 위치에서 당사자간 협상과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분쟁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견 청취 후 법률, 학계, 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14일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했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 방통우의 재정 절차는 중단된다. 즉, 방통위 손을 떠나 결국 법원에서의 다툼으로 확대된 셈이다.
소송 배경에 대해 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으나 대체적으로 지지부진한 협상 반전의 계기, 정책적 해석이 뒷받침되는 행정력에 대한 불신, 페이스북 법원 승소에 따른 반사효과, 향후 ISP와의 협상력 강화 차원으로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재정 신청은 갈등에 대한 일종의 중재 요청이기에 보다 원만한 양사 협상 차원에서 진행된다. 만약 재정 과정에서 양쪽 의견이 커 합의점 도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재정 이후 소송전을 벌인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재정 절차 도중 소를 제기한 이례적 사례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재정 내용 자체에 대한 불신과 재정 결과가 향후 소송에서 불리하다는 판단 하에 먼저 손을 쓴 것이라 해석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 갈등은 법정에서 가리게 됐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