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부실 사모펀드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결정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전향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키로 했다.
정 사장은 16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상품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 10개 펀드·806계좌·1천584억원 전액 보상…7월까지 마무리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사모펀드 중 이번에 전액 보상이 결정된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이다. 이들 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806계좌, 1천584억원 규모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는 등 사모펀드 사태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왔다.
한국투자증권은 판매했다가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287억원에 대해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지난해 7월 1차로 투자자에게 원금 70% 선지급했고 같은 해 9월 2차로 20%, 올해 4월 나머지 10% 추가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이밖에 디스커버리, 팝펀딩 펀드에 대해서도 보상 논의와 관련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를 포함해 이미 일부 상품이 전액 또는 부분 보상 진행된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추가로 지급할 보상액은 약 805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보상은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전문투자자인 기관과 법인도 구분 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100% 보상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추가 보상 추산 금액 805억원은 이번 6월 반기 결산을 진행하며 충당금을 다 쌓을 예정"이라며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조치를 위해 구체적인 내부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이번 부실 사모펀드 보상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세부 항목으로는 단순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설명서상 운용전략과 자산의 불일치 ▲운용자산 실재성 부재와 위험도 상이 ▲보증 실재성 및 신용도 불일치 ▲설명서상 누락 위험 발생 ▲거래 상대방의 위법 및 신의원칙 위반행위 등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발생요소를 포함시켰다.
아울러 보상 제외 상품 기준도 새롭게 도입했다.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과 고객 형평성을 위해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이나 투자 대상 및 전략에 대한 고지가 명확하게 이뤄지고 정상적으로 운용된 상품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상액 지급은 소비자보호위원회 의결과 실무 절차 등을 거쳐 오는 7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향후 별도로 분쟁조정 결과나 손실률이 확정되더라도 이미 지급한 보상금을 회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한 추후 판매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화된 내부 보상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선제적 보상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문제가 있는 운용사나 이해관계자 등 카운터파티(거래상대방)에 대해서는 투자자산 회수와 구상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 위한 내부통제 프로세스 강화 등 영업 관행 혁신 추진"
한국투자증권은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품 공급, 판매 관련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선정위원회 기능과 책임을 대폭 확대해 강화하고,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고객에게 공급한 상품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판매사의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
또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도 불완전 판매 이슈 근절을 위해 직원 교육과 감사를 확대하며, 위반 시 임직원 인사 조처를 강화하기로 했다. 제도와 평가∙보상 시스템도 개편해 고객 중심 영업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련의 제도 변화를 통해 영업관행에 일대 혁신을 일으킴으로써 금융상품 판매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이번 결정은 '고객을 향한 바른 생각'이라는 우리의 분명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금융권 영업과 투자 문화 개선에 기여하고 업계와 금융상품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한 역할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제적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추진을 통해 소중한 고객을 보호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 회복에 미약하나마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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