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포스코그룹이 지난 2014년 1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했던 지원 약속을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1기 체제 출범과 동시에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제시했던 '위드 포스코(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와 배치되는 행보다.
소외계층 및 사회적 약자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 전개하겠다는 최 회장의 경영이념에 대한 진정성의 물음표인 셈이다.
더욱이 최 회장도 재단 출연금 약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이 처음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시점은 2018년 7월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에 출연 약속 기한인 같은해 12월보다 6개월 전에 취임했다.
◆ 포스코 출연 약속 기한 3년 넘어도 '꿩 구워 먹은 소식'
일본은 지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한국이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무상 3억 달러와 유산 2억 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지원했고, 이중 약 24%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소 내 첫 번째 용광로를 지을 때 사용됐다.
이로 인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06년 "우리에게 돌아왔어야 할 자금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면서 포스코에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고법은 원고 청구를 기각하면서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원은 포스코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 전후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포스코는 2014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3년에 걸쳐 총 100억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뒤 약속을 이행해 나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포스코가 약속했던 100억 중 60억을 약속대로 출연했지만 나머지 40억 출연 약속은 2018년 12월로 종료됐다. 출연 약속 기한을 넘긴 3년째인 현재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공개한 '기부금 접수 및 사용실적'에 따르면 포스코는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0억을 기부했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 2020년 접수 내역 어디에서도 '포스코'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 논란은 2019년 10월 열렸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당시 권미혁 의원은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현 포스코 대표이사)를 국감장에 증인으로 소환했다.
권 의원은 이 자리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 수혜 기업들과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과 보호 대책을 위해서 함께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출석을 요청했다"고 첫 입을 뗐다.
이어 전 부사장에게 포항제철 설립자 박태준 명예회장의 회고록에 나오는 대목인 '우리 선조들의 피의 대가인 대일청구권자금으로 포스코가 지어졌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2006년 고법 판결을 근거로 2014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기부금 전액을 출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전 부사장은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났고, 그게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인데 여러 가지 언론지상이나 대일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이 한·일 관계를 해결하는 데 뭔가 또 역할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논의들이 나왔다"며 "청구권 자금을 수여 받은 기업 16개가 공동으로 약 300여억원을 기금을 모금하기로 했지만 전혀 출연하지 않고 있어 분위기가 갖춰지면 나머지를 출연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 포스코 출연 지연에 강제징용 유족복지 지원사업 차질 불가피
그러나 포스코 측 입장과 달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대일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이 조성하겠다고 하는 300억의 기금과 기존에 약속했던 100억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재단은 "포스코는 2018년에 40억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해 10월 대법원 판결 등을 이유로 출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2019년 6월 기금 출연 요청 공문과 함께 이사장 명의의 서한을 포스코 측에 보냈으나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고, 출연 이행 또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와 재단 간 약속이므로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단과 유족들은 포스코가 최종 40억을 조속히 출연하길 바란다. 피해 생존자 및 유족 지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재단은 포스코의 출연 지연으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재단은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을 위한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재단은 출연금과 기부금 등을 기본재산으로 산입해야 하는 규정으로 인해 재단 자체 수익금인 출연금의 이자수익으로 피해자 유족 약 200여명(미망인 및 유복자 우선지원)에게 2018년부터 매년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율 하락으로 사업 규모가 축소돼 유족복지 지원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40억 출연이 약속대로 이행된다면 현재 수준의 유족복지 지원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단 측은 포스코의 출연 지연 사유에 대해 "관련된 일본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포스코는 일본 전범기업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철강 부산물 재활용 업체 포스코 피엔알(PNR)을 공동 설립했다. 이 합작사 지분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각각 70%, 30%씩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일본제철, 요도가와제강과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서로 지분을 교환하는 등 현재까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끝으로 재단은 "포스코를 모범 선례로 해 다른 수혜기업들에 기금 출연을 요청할 계획이다"며 "나아가 사회적 모금의 시발점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포스코 측은 다른 수혜기업들의 기부 선행으로 여건이 조성되면 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제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낸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고, 다른 수혜 기업들의 기부가 활성화되면 내부 검토 후 추가 출연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당사는 무상·유상 자금을 모두 적법하게 상환 완료했다"며 "(재단) 기부금의 경우 법적 책임은 없으나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설립해 성공한 대표기업이라는 도의적 인식하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 동참 차원으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 60억을 출연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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