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오는 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가운데, 앞선 페이스북 판례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기술이론적 견해를 기반으로 날선 공방을 주고 받은데 따라 이에 따른 법리적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요소로 거론되기 때문.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법적 공방에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바 있으며, '기술적 사실인정' 부분이 판례로 남아있는 만큼 이번 공방의 해석 역시 이에 기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방통위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의 소' 1심 판결 사례가 이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와의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핵심 사례로 쓰일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다소 복잡한 네트워크 기술 해석을 주장에 대한 주요 근거로 채택해 날선 대립을 이뤄서다. 3차례의 변론기일뿐만 아니라 각각 증인을 내세운 테크니컬 프리젠테이션까지 개최된 이유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그간 '접속'과 '전송'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접속은 망사용료를 지불하지만 전송의 경우에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SK브로드밴드와의 연결 역시 중계된 연결로 보아 '전송'에 해당되기 때문에 망사용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가령,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최초 연결된 인터넷제공사업자(ISP 'A'), A와 연결된 또 다른 인터넷제공사업자(ISP 'B'), B와 연결돼 있는 이용자 도식이 자주 등장했다. 이 도식에 따르면 'CP와 A', 'B와 이용자'간은 '접속료'를 내고 있고, 'A와 B'는 전송료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러한 이론상 뒷받침으로 '무정산원칙'과 '망중립성'에 기댔다. 상호접속과 관련해 무정산(Free Peering) 방식이 인터넷 연결성을 확보하는데 주요하게 쓰이고 있고, 전송료를 지급하지 않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망중립성에도 위반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해석은 넷플릭스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동만 카이스트(KAIST) 교수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이용자로부터 인터넷 접속료를 수취한 대가로 전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한 바와 궤를 같이한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전제부터 잘못돼 있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접속료는 유료, 전송료는 무료라는 인터넷 원칙이 없다는 게 이유다. 또한 전송과 접속의 개념이 학계 정설로 취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임의적으로 구분해 해석의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주장한 무정산 방식은 현재 상황과 맞지 않아 최근 대형 글로벌 CP들의 등장에 따라 일방향 정산방식(Paid peering)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망중립성 역시 통신사가 합법적인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지연, 우선처리하는 등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뿐 망 이용대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해석상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접속과 전송으로 구분해 SK브로드밴드가 전송에 해당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직접 연결, 즉 접속돼 있는 상태라는 것.
이는 넷플릭스 CP에 해당되는 오픈커넥트(OCA)가 SK브로드밴드 망에 1차적으로 직접 연결돼 있어 넷플릭스 주장대로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 페북 판례 속 'CP의 상호접속 방식' 명시
이러한 치열한 법적 공방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는 사례가 페이스북의 1심 판례다. 이 판례에서는 ISP와 CP의 연결방식에 대한 법적 해석과 사실 인정 부분이 담겨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9년 8월 22일 페이스북의 '방통위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의 소' 1심 판결선고를 통해 '인터넷망 접속 관련 기초 개념'에 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부분에는 'CP의 상호접속 방식'에 대한 법리적 해석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판례에서는 'CP가 콘텐츠나 정보를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ISP와 연결하는 상호접속 방식은 크게 피어링(peering, 동등접속) 방식과 트랜짓(transit, 중계접속)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형 CP는 BGP(Border Gateway Protocol), 제3자 네트워크 경로 재분배 등의 방식을 이용하여 ISP의 도움 없이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피어링' 방식에 대해서는 '두 사업자간의 약정으로 최종 이용자에게 인터넷 트래픽을 ISP를 통해 직접 전송하며 이를 다른 동등한 ISP에게 전송할 의무가 없는 접속방식을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트랜짓 방식'은 '두 사업자간의 약정에 따라 일방 당사자가 그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네트워크로 인터넷 트래픽을 전송할 의무가 부여된 접속방식을 말한다'며, 'CP가 전세계 모든 ISP와 피어링 방식으로 직접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일반적으로 CP는 몇몇의 특정 ISP와 피어링 방식으로 상호접속하고, 나머지 ISP와는 트랜짓 방식으로 상호접속하여 최종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한다'고 해석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해석을 이번 공방에 대입한다면 우선 '전세계적인 연결성'은 CP가 풀 트랜짓(Full Transit)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ISP의 모든 망 자원 접근을 제공받고 그 대가를 지급했을 때 가능하다.
업계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직접연결(Peering)과 중계연결(Transit)방식의 접속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인터넷 접속을 중계연결 방식으로 연결돼 있음을 전제해 접속과 전송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직접연결 방식이 누락돼 있다는 것.
하지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연결된 방식은 일방향 정산방식(Paid peering)에 가깝기 때문에 '전세계적 연결성'이라는 개념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ISP A와 B 등에 각각 연결한 직접 연결방식(Peering)과 중계연결(Transit) 도식을 살펴보더라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연결방식이 직접 연결임을 확인시켜 준다.
게다가 인터넷은 양면시장에 해당돼 최종이용자와 CP는 각각 인터넷 연결을 확보해야 한다. 최종 이용자가 SK브로드밴드와 중계연결 방식의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CP인 넷플릭스는 인터넷 연결을 확보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CP가 인터넷 연결을 위해 ISP와 피어링 방식으로 접속한다면, CP는 ISP의 가입자 망에 대한 연결성을 제공받는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지 최종 이용자가 ISP의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ISP에 대한 대가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