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의 소'가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SK브로드밴드는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나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불복 의사를 표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망사용료 '채무부존재의 소'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리고 넷플릭스의 나머지 청구 역시 기각했다. 한마디로 이번 소송전에서 패소한 셈이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인 넷플릭스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명, 청구를 기각했다. 아울러 대가 지급 의무와 관련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현재 홍콩과 도쿄 등에서 연결하는데 따른 합의 중에 있는 것으로 봤다. 제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체결 여부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마라 그렇게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숭실대 교수)은 "국내 산업의 혼란을 염두해 둔 판단"이라며, "논란의 서막이 올라간 것으로 넷플릭스에서 망사용료를 어떻게 해결할지, 서비스 품질여부를 어떻게 할지, 콘텐츠 투자에 대한 변화가 있을 지 등 여러 액션이 나올 수 있기에 대승적인 협상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 SKB "환영"…다윗의 승리
SK브로드밴드는 최종선고와 관련해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법적공방은 지난 2019년 11월 12일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한 망사용 협상과 관련한 재정신청을 넷플릭스가 '채무부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넷플릭스는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는 세종을 선임해 3차례 변론기일을 통해 치열한 논리 싸움을 이어갔다.
그간 넷플릭스는 접속과 전송을 구분하고 전송료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른 근거로 '무정산원칙'과 '망중립성'을 꺼내 들었다. 또한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망중립성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통신사가 합법적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지연, 우선처리하는 등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망중립성의 원칙일뿐 망 이용대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무정산 원칙이 아닌 대형 글로벌 CP들의 등장으로 인해 일방향 정산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같은 치열한 법리적 싸움에 대해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제출한 증거가 협상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인인 강신섭 세종 변호사는 최종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전세계가 지켜본 첫 사법적 판결로 CP와 ISP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한 사례다"라고 운을 땠다.
이어, "우리나라는 해외 기업이 비즈니스하기 좋은 곳이며, 또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 사법부의 수준의 크게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법령을 준수하고 우리의 문화를 존중해줘야 한다"라며, "넷플릭스의 주장은 우리 전기통신사업법과 민법의 법리를 뛰어넘는 반대되는 논리를 많이 주장했으나 법원이 그에 따른 냉정한 판단을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SK브로드밴드가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에 대해 법원이 손을 들어줬다는데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넷플릭스 사실상 '불복'…판결문 해석에 따른 재대결도 '관심'
넷플릭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SK브로드밴드가 무임승차 프레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인터넷제공사업자(ISP)로서 원할한 인터넷 접속 제공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판결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법원에 항소 여부는 결정짓지는 못했으나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
넷플릭스는 "공동의 소비자를 위해, ISP에게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제공', 그리고 콘텐츠 제공사업자(CP)에게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라는 각자의 역할과 소임이 있다"라며 "ISP가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는 개개 이용자들 이외에 CP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며 "소비자가 이미 ISP에 지불한 비용을 CP에도 이중청구하는 것으로 CP가 아닌 ISP가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 외에도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픈커넥트에 약 1조 원을 투자했다"라며 "오픈커넥트를 사용하면, 국내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을 최소 95%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OCA) 설치 또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 등 해외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일본 현지 ISP사에 오픈커넥트 유지 비용만 지불할 뿐,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이용료는 전혀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 세계 어느 ISP에도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방식의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라며 "전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가 항소해 2심이 제기될 경우 SK브로드밴드 역시 반소를 제기할 공산이 크다.
강 변호사는 "넷플릭스가 불복한다면, 회사 경영상의 판단이겠으나 그 때는 반소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나 국내 기업들도 이 판결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망사용료는) 감정을 해봐야 하지만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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