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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전쟁] ① 이미 백신 나왔는데…'토종 mRNA' 개발 지속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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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방식 연구로 차세대 팬데믹 대비…"질병 치료 대전환 가능성도"

모더나 백신 모습 [사진=모더나]
모더나 백신 모습 [사진=모더나]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 에스티팜, 아이진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모너나', '화이자' 등 효과가 뛰어난 백신이 이미 나왔음에도 지속적인 개발이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생산에 대응하고 해당 연구를 통해 다음 '펜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mRNA(RNA) 방식의 백신이 가진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00여개에 달한다. 그 백신 후보 중 mRNA 기반 백신은 16개 정도밖에 없다. 비임상 단계에 있는 184여개의 코로나19 백신중에서도 극소수만이 mRNA 방식으로 개발된다. 기술이 까다롭고 기술 특허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mRNA 방식은 바이러스를 우리 몸 안으로 넣는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을 만드는 mRNA를 활용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그렇게 mRNA는 DNA에 저장돼 있는 유전 정보를 세포핵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고 면역계는 이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낸다.

◆ 70년대 mRNA 활용한 바이러스 퇴치 아이디어 낸 유럽, 90년대 mRNA 백신 연구한 미국

'모더나', '화이자' 등 이번 개발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에는 '초고속 개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11개월 만에 사용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통상 백신 개발에 1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역사상 전례 없는 빠른 속도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런 빠른 성과의 근간에는 60년이 넘는 기초 개발 연구가 있었다. mRNA는 1961년 학계에 처음 등장했다. DNA의 단백질 생성 메커니즘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단백질 핵심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 후 1976년 헝가리의 카탈린 카리코로가 mRNA를 바이러스 퇴치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인물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역이다.

미국에서도 mRNA 치료법은 1990년대 초에 처음 발견됐고 2005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들이 오늘날 백신 기술의 기반이 되는 연구를 논문에 게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기초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백신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인데 mRNA 방식이 이 부분에서 강점을 보여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가 된 것으로 안다"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백신도 mRNA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서 미국에서 해당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 백신에 mRNA를 사용한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이는 30년가량 미국에 뒤쳐진 기술력 차이를 극복해야 하고 복잡한 기술 특허를 뚫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도 국내 기업들이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mRNA 개발 및 생산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 CI [사진=제약바이오협회]
mRNA 개발 및 생산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 CI [사진=제약바이오협회]

◆ RNA,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 가능성 있어…"질병 치료 대전환 가능성"

mRNA 연구 개발은 일정 부분 더 큰 카테고리인 RNA와 연관이 있다. 개인마다 다른, 고유의 유전 정보와 필요한 단백질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 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RNA고 DNA의 설계도면을 공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mRNA다. 세부적인 역할은 다르지만 연구 시 비슷한 원리를 터득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RNA의 다양한 능력은 '생명현상의 조절자'라고 요약할 수 있다. 현재 DNA와 단백질이 담당하는 기능이 RNA에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이 되는 지구 역사상 첫 유전물질이 DNA보다 RNA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생명현상 유지에 필요한 유전과 효소 기능의 대부분을 DNA와 단백질에 넘기고 RNA는 조절작용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능의 중요성 때문에 RNA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음 펜데믹, 그리고 나아가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최근 과학자들은 RNA의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찾아내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강력한 치료제 후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RNA는 인공적인 합성과 설계가 비교적 용이하다. 불안정하다는 약점을 해결하면 약물이나 백신으로 개발하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약물과 백신 개발에 대한 후속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 최대의 난제인 암도 RNA에서 치료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단 기술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진단은 대부분 환자의 증상이나 조직 변화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병이 한참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세포 수준에서 진단할 수 있다면 빠르게 병의 발생을 확인할 수 있다. 세포는 저마다 특이한 RNA를 생성하는데, 어떤 RNA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면 세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는 RNA 진단으로 암의 징후도 미리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일부 과학자는 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한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RNA 연구는 생명의 복잡한 현상과 미세한 조절작용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며, 인류는 이 지식을 무기로 질병 치료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전례 없는 속도로 mRNA 백신이 개발된 것처럼, 유전자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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