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윤준호(38세)씨는 이제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온라인으로 장을 볼 수 있게 됐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들기 전 주문한 식료품이 집 앞에 배송되는 것이다. 윤 씨는 "퇴근 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며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며 여러모로 편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누릴 수 있던 새벽배송이 충청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맞벌이 부부 비중이 높아 잠재 수요가 충분한데다 수도권에서 불과 3시간 내 도착할 수 있어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데 따른 것으로 향후 영남, 호남 등으로 새벽 배송 전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 마켓컬리, 충청권 새벽배송 포문…SSG닷컴·오아시스마켓 가세
13일 업계에 따르면 충청권 새벽배송 포문을 연 곳은 마켓컬리다. 지난 5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대전(서구, 유성구)과 천안시, 세종시, 아산시, 청주시 등 충청권 주요 5개 도시에서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샛별배송은 오후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 문 앞에 주문 상품이 도착하는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다.
마켓컬리가 수도권 지역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출고해 충청권에 위치한 물류센터로 이동시키면 CJ대한통운이 각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충청권 소비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충청권 주문 건수는 첫 주문일이었던 지난 5월 1일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앞서 마켓컬리는 지난 9일 2천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마켓컬리는 이 투자금을 활용해 올 하반기 영남과 호남 등 남부권으로 새벽배송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SSG닷컴도 새벽배송 시장 진출 2년 만에 충청권 주요 도시로 배송 권역을 확대했다. SSG닷컴은 지난 12일부터 대전시를 비롯해 청주시, 천안시, 세종시, 아산시 등에서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배송지역은 기존 SSG닷컴에서 주문하고 이마트서 출발하는 '쓱배송(주간배송)' 권역과 비슷하다.
이마트 대전터미널점과 둔산점, 청주점, 천안서북점, 펜타포트점, 세종점, 아산점 등 8개 점포에서 배송하는 대부분 권역에서 새벽배송도 이용할 수 있다. 이로써 충청권 소비자들도 전날 주면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SSG닷컴은 충청권 새벽배송을 위해 청주에 별도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김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에서 고객 주문 내역에 따라 상품을 이동시키면 청주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거쳐 충청권 고객에게 배송하는 형태다. SSG닷컴도 충청권 배송을 시작으로 향후 점진적인 권역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새벽배송 시장의 조용한 강자로 꼽히는 오아시스마켓도 최근 아산·천안·청주 등 충청권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오아시스마켓의 충청권 배송건수는 서비스 도입 첫주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연내 세종과 대전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오아시스마켓은 영남과 전라권에도 신규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해 내년 중 전국 주요 도시로 배송 서비스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 충청으로 새벽배송 접수 나선 배경은
새벽배송 업체들이 충청권으로 영역 확대에 나선 데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이 작용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활용해 새벽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로 물류센터가 있는 김포에서 충청권으로 이동하는 데 새벽 시간 대에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영남과 호남 등 전국으로 대상 지역을 넓히기 이전 충청권을 테스트베드 삼으려는 요량도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수요 또한 충분하다. 충청권은 인구 유입이 활발하고 온라인 배송에 대한 니즈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세종시의 맞벌이 부부 비중은 50.6%, 대전은 46.7%로 전국 평균(45.4%)을 웃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7천425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충청권에서도 특히 세종시의 경우 수도권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비중이 높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 오프라인 쇼핑이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혀 충청권으로 새벽배송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청권을 시작으로 비수도권에서의 새벽배송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 문화가 자리 매김하며 배송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진데다, 최근 거리두기 격상 등의 영향으로 새벽배송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9년 8천억원 규모였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2조5천억원 대로 3배 가량 커졌다. 업계는 올해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곽정우 SSG닷컴 운영본부장은 "배송 가능 지역과 물량을 점차 확대해 더 많은 고객이 새벽 배송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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