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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결국 시행…철강·알루미늄업계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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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수입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 많은 제품에 비용 부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HMM]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HMM]

[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법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제도의 직접 영향권에 놓인 국내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이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15일 로이터 등 주요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지구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14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입법 패키지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 금지 ▲교통·건설 부문 탄소 비용 부과 등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포괄적 방안들이 담겼다. EU 집행위는 이를 통해 2050년에는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이다. EU 집행위는 일명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EU 집행위는 탄소국경세를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이 많은 분야에 과세를 우선 적용한다. 2023년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26년부터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EU에 전기와 시멘트 등은 수출하고 있지 않다. 반면 제조공정에서 탄소를 다량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국내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은 직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철강·알루미늄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 수출되고 있는 우리나라 철강은 ▲2018년 24억8천500만 달러 ▲2019년 21억2천400만 달러 ▲2020년 15억2천300만 달러에 이른다. 알루미늄과 비료는 지난해 각각 1억8천600만 달러, 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톤당 30유로를 과세했을 경우 국내 기업은 약 1.9%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같은 수준의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EU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도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국가에서 탄소국경세가 전면 시행되면 국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6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업계 분석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은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경쟁력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탄소국경세가 전면 시행될 시 국내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제철]
탄소국경세가 전면 시행될 시 국내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제철]

탄소국경세가 전면 시행될 시 국내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 집행위가 철강 세이프가드 연장을 결정하면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데 이어 설상가상 탄소국경세 도입이라는 악재가 겹쳐서다.

그동안 정부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합치하게 설계·운영해야 하고,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게 해서는 안 되며,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또한 철강 세이프가드 연장 등 EU의 철강 분야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합리적 재검토를 통한 종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EU는 정부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안 발표에 대해 유환익 기업정책실장 명의의 논평을 냈다.

유 실장은 "결국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탄소집약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과는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알루미늄 등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향후 품목이 확대될 경우 제조업 전반의 수출 환경 악화도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국제무역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인도·러시아·일본·중국 등 관련국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더불어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저감제도(탄소배출권거래제 등)를 근거로 EU 탄소국경세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국내 철강 업계의 EU 수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세부 영향에 대해서는 EU 측 세부 절차 및 방법 등에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EU 조치가 불공정한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WTO 협정에 합치 여부를 비롯해 기타 국가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반영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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