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이 올해 가을 출시할 '아이폰' 신제품의 생산량을 기존보다 늘리기로 하면서, 이를 두고 '폴더블폰'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전략의 헛점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매년 8월에 하반기 전략 제품으로 내놓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올해 출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반 바(직사각형) 형태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가 애플로 몰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월 공개되는 '아이폰13(가칭)'의 초기 생산량을 작년보다 약 20% 증가한 9천만 대로 잡고 최근 공급업체에 생산을 요청했다.
◆화웨이 공백·펜트업 수요 노린 애플…'가격 인하' 카드도 내놔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아이폰' 초기 생산량을 7천500만 대 내외로 유지해왔으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 이익과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억눌린·pent up) 수요 여파로 판매량이 늘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2'의 성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첫 5G 모델인 '아이폰12' 시리즈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대를 돌파하며 애플이 5G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분기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점유율 29.8%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오포(15.8%)와 비보(14.3%)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2.5%로 4위,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근소한 차이로 5위(12.2%)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애플은 '아이폰12' 흥행 여파로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한 약 1억9천984만 대의 출하량을 올리며 중국 화웨이 등을 제치고 14.8%의 점유율로 2위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점유율(18.8%)과도 격차를 줄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애플은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3'의 생산량을 늘려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생산량 확대뿐 아니라 이달 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LG폰' 유저들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자 이들을 잡기 위한 가격 인하 정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씨넷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인 '아이폰12' 시리즈와 같은 수준인 699~1천99달러(약 78만~124만원)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후 매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렸던 애플의 기존 정책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애플의 예상 밖 행보는 또 있다. 지난 5월 국내서 'LG폰' 중고 보상 정책을 시행한 데 이어 최근 해외 중고 보상 프로그램에도 'LG폰' 4종을 신규 추가한 것이다. 실제로 애플 중고 보상 프로그램 '애플 트레이드 인' 미국 홈페이지에는 ▲LG V60 씽큐 5G ▲LG V50 씽큐 5G ▲LG V40 씽큐 ▲LG G8 씽큐 등 LG전자 스마트폰 4종이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중고 보상 판매 프로그램에 LG폰 4종을 추가한 것은 북미 시장 내 LG 스마트폰 사용자를 노린 것"이라며 "이는 LG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높은 국내 및 북미 시장 등을 겨냥해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엔 아예 가격을 내린 아이폰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애플 전문가인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연구원은 내년 출시될 6.7인치 '아이폰14'의 가격이 900달러(약 101만원) 미만으로 책정돼 6.7인치 아이폰 사상 최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6.7인치 모델인 '아이폰12 프로맥스'의 출시가는 1천99달러(약 124만원)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이러한 가격 정책 변화는 최근 삼성전자의 가격 인하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갤럭시S 21' 시리즈를 조기 출시하며 가격을 25만원 내린 후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것이 자극된 듯 하다"고 밝혔다.
◆'폴더블폰 대중화' 선언한 삼성…"자충수 될까 우려"
삼성전자는 일반 바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래그십으로 애플에 점차 밀리며 고심하던 끝에 '폴더블폰'을 반전 카드로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출고량 순위로 1위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애플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크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OEM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매출 비중은 42%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전년 동기(34.4%) 대비 확대된 수준이다. 애플은 출하량 기준으로는 13.6%에서 16.8%로 비중을 확대했으나, 삼성전자에는 밀렸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는 1위를 차지했으나 매출 기준으로는 애플을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 점유율은 전년 동기 20.2%에서 2.7%포인트 하락한 17.5%를 기록했다. 반면 전체 출하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19.9%에서 21.7%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글로벌 출하량의 16.8%를 차지하고도 전체 매출의 무려 42%를 창출한 것은 높은 평균판매가격(ASP)과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 시리즈의 호조 덕분"이라며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1' 초기 출시에도 불구하고 중저가인 '갤럭시A' 시리즈가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전체 매출 점유율에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으로 플래그십 전략을 수정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일반 바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수요를 노리고 폼팩터에 변형을 준 것이다. 특히 올해는 매년 8월에 출시해 연말까지 1천만 대 가량 판매했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포기하는 대신, '갤럭시Z' 시리즈를 전면에 앞세워 폴더블폰 대중화를 통한 플래그십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폴더블폰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출시되는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가격도 전작보다 20%가량 낮춰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갤럭시Z폴드3'는 190만원대, '갤럭시Z플립3'는 120만원대로 예상된다. 갤럭시Z폴드 전작은 238만8천원, 갤럭시Z플립 전작은 165만원이었다.
또 '갤럭시노트' 대신 바 형태의 스마트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 하반기에는 '갤럭시S21 FE'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의 핵심 기능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춘 준프리미엄 모델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 문제로 '갤럭시S21 FE'의 출시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로, '아이폰13'을 앞세운 애플의 공세에 대한 반격 카드로 9~10월에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폴더블폰이 대중화가 되기엔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은 데다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아서다.
이는 시장 규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 대비 9% 증가한 14억4천660만 대로 전망하는 한편,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560만 대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280만 대)보다 2배가량 성장한 수치지만, 삼성전자가 매년 평균 1천만 대를 판매한 '갤럭시노트' 시리즈 출하량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폴더블폰을 앞세워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도 위협 요소다.
이에 삼성전자가 연초 목표로 한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 3억 대' 회복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고전과 경쟁사인 애플의 공세에 밀려 전 세계적으로 2억5천560만 대를 출하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대중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직까지 니치 마켓으로 보고 있다"며 "'갤럭시Z' 시리즈가 '갤럭시노트'의 공백을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 입장에선 바 형태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애플에 점차 밀리자 폼팩터에 변형을 줌으로써 분위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조급한 모습만 드러내는 듯 하다"며 "이는 마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기 전에 보여줬던 움직임과 비슷해 보여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전략에 허점이 있다고 느낀 애플이 이를 기회로 삼고 판매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생산량을 늘린 듯 하다"며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전략 제품을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폰으로 내세운 것이 자칫 자충수가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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