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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대리운전 시장이지만…고전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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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대리' 서비스 종료 속 타 업체들도 시장 안착 위해 '골몰'

VCNC는 지난해 '타다 대리'를 출시하며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사업 진출 10개월 만인 지난 28일 철수를 선언했다. '타다 대리'는 다음달 27일까지만 서비스된다.  [사진=VCNC]
VCNC는 지난해 '타다 대리'를 출시하며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사업 진출 10개월 만인 지난 28일 철수를 선언했다. '타다 대리'는 다음달 27일까지만 서비스된다. [사진=VCNC]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대리운전 시장 안착에 공들이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디지털화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고심 끝에 시장 철수를 선언한 업체도 나타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VCNC는 대리운전 서비스인 '타다 대리'를 오는 8월 27일 종료한다고 지난 28일 공지했다. VCNC는 "이용자 요청사항을 통한 맞춤형 드라이버 호출, 호출 후 15분 내 도착하는 바로대리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보다 친절하고 안전한 대리운전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장기화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VCNC는 지난해 10월 업계 평균보다 낮은 15%의 수수료, 호출 15분 만에 도착하는 '바로대리' 서비스를 앞세워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다.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중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10개월 만에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VCNC가 대리운전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야간 이동량 감소다. 대리운전 수요는 주로 늦은 밤에 발생한다. 그러나 오후 10시 이후 가게 내에서 취식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대리운전 시장도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리운전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에 대한 기존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로 자칫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등도 사업 철수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도 이 같은 부분이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높은 수익 가능한 시장이지만…각종 과제 산적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것이 보편화된 택시중개 시장과는 달리 대리운전 쪽은 여전히 전화로 운전기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해 기사를 요청하면, 전화를 받은 업체에서 해당 콜을 대리운전 프로그램에 등록한다. 대리운전 프로그램에 접속한 기사들이 등록된 콜을 선택하면 손님과 기사가 연결된다.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이 과정을 단순화했다. 고객이 직접 플랫폼을 통해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16년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으며 이후 시장에 뛰어든 VCNC와 티맵모빌리티도 이를 뒤따랐다. 즉 이들은 대리운전 업체와 프로그램 업체의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플랫폼 중 확실한 우위다. 그러나 전체 점유율로 보면 여전히 15~20% 선에 머무른다. 나머지 점유율은 여전히 기존 업체들이 쥐고 있다. 3천58개(2020년 2월 기준)에 달하는 수많은 중소 대리운전업체들이 지역별로 퍼져 있다. 이들 중 80% 정도가 콜 중개 프로그램으로 '로지'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대리운전 프로그램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셈이다.

VCNC가 '타다 대리'를 종료하며 "대리운전 시장은 전화콜 호출이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에 기대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이유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9일부터 '카카오 T 전화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화콜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9년 인수한 프로그램 업체 '콜마너'를 통해 전화콜 호출 시장에 진출했다. '콜마너'는 '로지'에 이은 점유율 2위 프로그램 업체로 꼽힌다. 여기에 '1577 대리운전' 운영업체인 코리아드라이브와도 협력했다. 코리아드라이브의 대리기사들은 앞으로 콜마너를 통해 카카오 T 전화콜 서비스를 받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대리기사를 대상으로 콜당 보험료를 지원하며 프로그램비와 배차지원금 등도 지원함으로써 업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이라며 "이용자 접근성과 편의성 또한 높여 전화콜 업체들과 함께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가 지난 13일 'TMAP 안심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지난 13일 'TMAP 안심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도 지난 13일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은 만큼 이를 토대로 한 고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 3개월간 대리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전액 환급하고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초반 시장 안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3개월 수수료 무료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그만큼 초반 빠른 시장 안착이 중요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업체들로서는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이뤄진 점도 변수다. 지난 5월 말 대리운전총연합회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이를 신청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 등에 각종 자료를 요청하는 등 해당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그 이후 대·중소기업 간 간담회나 조정협의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적으로 1년 안으로 합의 권고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데까지는 통상 1년이 걸린다. 업체들이 대비할 시간은 어느 정도 주어진 셈이지만,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은 관련 사업 계획을 단번에 바꿔야 하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노동조건·처우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1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국 대리운전노동조합과 교섭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대리운전노조는 지난해 7월 합법노조가 된 후 꾸준히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체협약 체결 지위에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거부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가 연달아 카카오모빌리티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여러 어려움이 산적했지만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은 여전히 대리운전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2013년 1조원 규모였던 시장이 지난해 3조원 턱밑까지 다다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대리운전기사와 고객을 연결할 때마다 플랫폼이 일정 비율의 중개수수료를 떼 가기 때문에 시장에 잘만 안착한다면 막대한 수수료 매출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화콜 업체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잘만 진행된다면 분명히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며 "다만 '타다 대리'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의 사례에서 봤듯 쉽게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시장은 아니기에 시장 안착까지는 상당한 품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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