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IT 공룡들이 잇달아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애플에 이어 구글도 자사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맞춤용 칩을 직접 개발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만 구글과 애플이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더라도 생산까지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로선 호재일 수 있다. 삼성전자로선 이들 업체에 엑시노스 등 자체 개발 칩을 공급할 순 없지만, 파운드리 고객사는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10월 출시할 픽셀6과 픽셀6프로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글텐서'를 탑재할 예정이다.
구글은 우선 픽셀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자체 칩을 적용하고, 향후 중저가폰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구글은 "구글 텐서를 탑재하면 스마트폰을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도 번역이나 음성 받아쓰기 같은 각종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카메라 흔들림 보정에서도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 구글·애플도 반도체 개발할만한 규모와 역량 갖춰
구글에 앞서 애플은 이달 출시한 태블릿PC '5세대 아이패드 프로'에 자체 칩 M1을 탑재했다. M1은 주로 애플의 노트북 '맥북'에 장착되던 시스템온칩(SoC)으로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 8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16코어 뉴럴엔진을 갖췄다. CPU는 전작 대비 50%, GPU는 40% 처리속도가 개선돼 태블릿이 노트북만한 성능을 갖췄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애플은 아이폰, 맥에 이어 패드에까지 자체 칩을 넣으면서 사실상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만 자체 칩 개발에 적극적인 건 아니다. 아마존은 2015년 인수한 반도체 개발 업체 안나푸르나랩스 팀을 통해 네트워크용 칩을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위한 자체 칩을 개발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들이 자사 소프트웨어나 기기에 최적화된 칩을 만들만한 역량과 규모를 갖췄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구글 등은 어디에든 들어가는 기성복 같은 범용칩보다는 맞춤복 같은 자체 칩을 원한다"며 "반도체 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많은 인재가 필요하지만 이들은 그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 같은 기업은 아이폰이나 패드에 최적화된 자체칩을 탑재하는 게 기술적으로나 수익적으로 범용칩보다 낫다는 계산이 선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파운드리 경쟁 치열해질 듯
인텔, 삼성, 퀄컴 등 PC나 휴대폰에 들어가는 범용칩을 만드는 반도체 업체들로선 이같은 자체 칩 개발 바람이 반가울리 없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로선 고객군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칩 개발도 하고 파운드리도 하는 회사다. 이에 구글폰에 엑시노스 AP를 공급할 순 없어도, 구글텐서를 생산할 수 있다. 인텔이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사업 재도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이 AP 생산을 어디에 맡길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TSMC가 파운드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 관련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IT 기업들이 반도체 개발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겨야 한다"며 "반도체 업계가 설계와 생산으로 더욱 이원화되며 파운드리 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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