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라임 사태'로 홍역을 치른 상장사들이 잇따라 라임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사명 변경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한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추진 등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 슈펙스비앤피 →파나케이아로 사명 변경…"M&A 후 체질 개선 통한 기업가치 제고"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슈펙스비앤피는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파나케이아'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라임 연루 기업'이라는 딱지를 떼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도 새 주인인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 측 인사로 교체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용 자동화기계 제작부터 신약 연구개발, 패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온 슈펙스비앤피는 라임자산운용의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라임이 지난 2018년 1억달러를 대출했다 돌려받지 못한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라임은 슈펙스비앤피의 전환사채(CB) 1천197만9천782주(17.08%)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슈펙스피앤피는 자회사 제이케이인터내셔날을 2018년 3월 제이제이씨홀딩스에 매각했는데, 이후 라임은 제이제이씨홀딩스와 제이케이인터내셔날에 800억원 상당을 사모사채 등의 형식으로 투자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전 경영진이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피소되며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후 슈펙스비앤피는 지난 3월 공개매각에 나섰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각종 소송이 제기되며 공개매각을 철회하고, 지난 7월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에 매각됐다.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는 코스닥 상장사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목적으로 설립한 신기술사업금융회사다.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는 81억원을 투자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슈펙스비앤피 지분 27.6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확보했다.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는 슈펙스비앤피 인수를 통해 바이오 신약 개발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는 슈펙스비앤피 인수에 앞서 글로벌 바이오 투자회사인 밸뷰자산운용과 함께 면역항암제 신약개발회사 벡심(Vaximm)의 투자 유치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사모펀드(PEF) 뉴레이크얼라이언스를 통해 섬유증 신약개발 자회사 마카온의 28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는 슈펙스비엔피의 신규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인적·물적 자원 투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벡터를 포함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신기술도 도입해 바이오 신약 개발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 적극적인 기업 체질 전환을 통해 기업 가치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인수를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로 운영 중인 슈펙스비앤피는 향후 제약·바이오 분야의 자동화 설비 공급확대와 바이오 신약 개발까지 진행할 수 있는 종합 바이오 회사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스타모빌리티→참존글로벌로 새 출발…공장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주력
앞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회장이 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도 참존생활건강을 최대주주로 맞으며 지난달 20일 임시주총을 열어 사명을 '참존글로벌'로 변경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이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자금 517억원을 횡령하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5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전 대표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라임이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자금을 김 전 회장이 회사 업무와 무관한 일에 사용하는 데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라임 사태 이후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된 스타모빌리티는 기업 회생절차와 공개매각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참존생활건강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참존생활건강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을 투자하며 스타모빌리티 지분 79.37%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스타모빌리티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공장과 부지를 86억원에 케이아이씨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공장 일대를 75억원에 쿠스코에 매각했다. 유형자산을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스타모빌리티는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사업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기존 주력이었던 산업용 로봇 사업 외에도 건강식품 도소매업, 부동산 및 자산운용 컨설팅 등 신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슈펙스비앤피와 스타모빌리티가 각각 새 주인을 맞아 사명을 변경하고 신사업 추진 등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상장폐지 위험은 여전하다. 두 회사 모두 감사 '의견거절'과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편,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에스모는 '에이팸'으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지난 6월 결국 상장폐지 됐다. 라임 자금이 흘러 들어간 또 다른 상장사 에스모머티리얼즈도 '이엠네트웍스'로 상호를 변경했지만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다만 에스모머티리얼즈는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에 따라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 진행이 보류됐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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