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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 악몽] ② "외국인 못잡자나!"…韓 웹툰·웹소설 작가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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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문체부 등 정부, 보다 강력한 대응 필요하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한 대형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에 올라갔던 작품을 내린 이후 두 달 만에 매출이 2.5배가 오르더라. 비슷한 조치를 취한 다른 작가들도 전부 2배 이상 매출이 뛰었다."

9일 기자와 통화한 'YD' 웹툰작가는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한 피해 사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꿔 말하면 그전까지는 웹툰으로 인해 거뒀던 수익의 절반 이상을 불법 유통으로 인해 빼앗겨 왔던 셈이다. YD 작가를 비롯한 6명의 웹툰 작가들은 최근 모 해외 불법유통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지속적으로 업로더들에게 항의하고 목소리를 낸 결과였다.

그러나 이렇게 작가들이 직접 자신들의 작품 유통을 중단시키는 사례는 흔치 않다. 해외 사이트다 보니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는 데다가, 상당수 불법 업로더들이 작가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이름을 바꿔서 다시 배포하는 등 '철면피'로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웹툰 배포를 그만하라고 요청한 작가들을 향해 집단으로 욕설 등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이버 불링'을 가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작가들이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텔레그램 방에서 작품명을 치면 작품 이름으로 된 대화방이 다수 나타난다. 모두 불법 번역본을 링크하거나 PDF 파일로 올려주는 방이다. 언어도 영어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
텔레그램 방에서 작품명을 치면 작품 이름으로 된 대화방이 다수 나타난다. 모두 불법 번역본을 링크하거나 PDF 파일로 올려주는 방이다. 언어도 영어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

◆피해 뻔히 보임에도 '속수무책'…작가들 "문체부,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불법 웹툰 유포로 피해를 입은 웹툰 작가들은 최근 같은 상황에 처한 작가 145명을 대상으로 웹툰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의 90%에 달하는 작가들이 해외에서 불법 유포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어로 정식 연재된 작품이 불법으로 번역돼 무단으로 곳곳에 공유되는 피해를 입은 작가들이 절대 다수였다.

작가들 중 다수는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무단 배포한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같은 행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플랫폼사 역시 불법 배포된 작품에 대한 신고 채널을 개설하고, 불법으로 콘텐츠가 유통되는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경고장을 보내는 등 나름대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플랫폼의 조치에는 기본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는 근본적인 피해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플랫폼사들은 이 같은 대응조차 소홀한 편이라 작가들이 속을 끓인다.

한 웹툰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웹툰 불법 배포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플랫폼사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문체부 등 정부 기관, 국회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경고장 등을 보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작가들은 당장 작품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작품이 무단으로 유포되는 상황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심지어 불법 업로더와 독자들이 오히려 작가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한다. 무단으로 배포된 작품을 보던 독자들이 이에 항의하는 작가의 SNS 계정을 통해 외국어로 된 각종 욕설을 보내거나 협박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저작권 개념 자체가 희박한 해외 독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가 작가와 작품을 유명해지게 하는데 왜 이렇게 따지느냐는 논리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작가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저작권보호원에서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고는 있다. 문체부에는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이 있어 수사 권한도 있다. 그러나 다수 작가들은 저작권보호원에 불법 사례에 대해 신고했음에도 해외 서버라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토로한다.

작가들은 문체부 등 정부에서 좀 더 강력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수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면 소수 사례에 대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을 가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이들의 행위에 대해 공식적인 경고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YD 작가는 "한 10대 불법 업로더에게 작품을 그만 올리라고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 그 친구가 한국 정부가 외국인을 못 잡잖아, 라는 식으로 조롱하더라"라며 "저작권보호원 쪽에 이들 불법 업로더의 메일 주소를 제공하며 최소한 경고장이라도 보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신고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외 저작권 침해 대응 방안 모색하는 문체부…현실적 어려움은 여전

물론 문체부를 비롯해 웹툰·웹소설 관련 협회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모인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왓패드에 웹소설 작품을 무단으로 업로드한 이용자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성인규 협회 회장은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불법으로 이뤄지는 작품 업로드를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문체부와 저작권보호원은 지난 8월 웹툰·웹소설 작가 및 유관 협·단체들과 각각 회의를 진행해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 사례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해외 불법 유포의 심각성에 대한 작가들의 주장도 나왔다. 문체부는 이와 함께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레진코믹스 등 7개 웹툰 플랫폼 업체들의 협의체인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협의체'와도 별도로 만나 플랫폼사들의 의견을 듣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국내 웹툰 플랫폼 6개사가 지난해 10월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협의체'를 구성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지]
국내 웹툰 플랫폼 6개사가 지난해 10월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협의체'를 구성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지]

또 지난 4월 경찰청, 인터폴과 공동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합동으로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 단속을 실시하곘다고 발표했다. 단속 기간은 오는 10월 31일까지다. 아울러 저작권보호원 내에 해외저작권협력사업단을 신설하며 해외에 있는 저작권 침해 사례 등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고, 조만간 해외 웹툰·웹소설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해외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방법론도 마련할 예정이다. 향후에도 회의를 정례적으로 마련해 작가 및 업계와 관련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작가들은 문체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다.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해도 해외 쪽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항상 전제로 내세워 전반적인 문제 해결에 다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해 초 회의에서 문체부 한 관계자가 웹툰 불법 유포자 중 한 명이 해외에 거주해 수사가 장기간 소요될 것이기에 수사가 직접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라는 식으로 발언, 작가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작가들의 불만도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면적인 수사를 당장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표광종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과장은 "아무래도 인력이 한정돼 있는 데다가 대다수의 경우 운영자가 해외에 있어 수사 절차 등이 더욱 늦을 수밖에 없다"라며 "일단은 피해가 크거나 해결이 시급한 것들 중심으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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